평안하신지요.
우리는 지난 6월말부터 주일 오전예배 때마다 시편의 말씀들을 한 편씩 상고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시편들은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편은 하나님이 어떤 분이시며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들이 무엇인지, 인간은 누구이며 인간의 죄가 어떠한지, 그리스도는 어떤 분이신지, 우리의 구원이 무엇이며, 구원 받은 우리의 감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우리에게 교훈하고 있습니다. 시편에는 하나님의 창조가 진술되어 있고, 이스라엘의 역사가 축약되어 있으며, 오실 메시야가 예언되어 있고, 지상의 교회들의 영광이 예찬되고 있으며, 전투하는 교회의 분투와 신실한 성도들의 인내가 묘사되어 있습니다. 시편은 우리가 어떻게 하나님을 예배해야 하는지, 우리가 어떻게 하나님을 찬양해야 하는지, 우리가 어떻게 하나님께 기도해야 하는지, 우리의 죄를 어떻게 회개해야 하는지, 불의한 세상에서 악을 당할 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나님을 예배해야 하는지, 교회를 어떻게 사랑하고 세워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교훈합니다.
그런데, 특별히 시편에는 “환난”, “고난”, “근심”, “재앙(또는 재난)”, “슬픔”, “원수”, “대적”, “병(병상, 질병)”, “사망(죽음)”, “고통”과 같은 말들이 끊임없이 반복됩니다. 시편에는 “환난”이라는 말이 33번 나옵니다. “여호와여 어찌하여 멀리 서시며 어찌하여 환난 때에 숨으시나이까”(시 10:1). “고난”이라는 말은 17번 나옵니다. “나의 고난이 매우 심하오니 여호와여 주의 말씀대로 나를 살아나게 하소서”(시 119:107). “근심”이라는 말은 15번 나옵니다. “내 마음의 근심이 많사오니 나를 고난에서 끌어내소서”(시 25:17). “재앙” 또는 “재난”이라는 말은 총 24번 나옵니다. “그들이 나의 재앙의 날에 내게 이르렀으나 여호와께서 나의 의지가 되셨도다”(시 18:18). “원수”라는 말은 시편에서 82번이나 나옵니다. “나의 영혼이 번민하고 종일토록 마음에 근심하기를 어느 때까지 하오며 내 원수가 나를 치며 자랑하기를 어느 때까지 하리이까”(시 13:2). 우리는 이 세상에서 “원수”들도 많이 만납니다. “대적”이라는 명사나 “대적한다”는 동사는 총 52번 나옵니다. “여호와여 나의 대적이 어찌 그리 많은지요 일어나 나를 치는 자가 많소이다”(시 3:1). “병(병상)”이라는 말은 8번 나옵니다. “여호와께서 그를 병상에서 붙드시고 그가 누워 있을 때마다 그의 병을 고쳐 주시나이다”(시 41:3). “사망(죽음)”이라는 말은 총 25번 나옵니다. “내 마음이 내 속에서 심히 아파하며 사망의 위험이 내게 이르렀도다”(시 55:4). “고통”이라는 말은 10번 나옵니다. “여호와여 내 고통을 인하여 나를 긍휼히 여기소서 내가 근심으로 눈과 혼과 몸이 쇠하였나이다”(시 31:9). “슬픔”이라는 말은 7번 나옵니다. “내가 아프고 심히 구부러졌으며 종일토록 슬픔 중에 다니나이다”(시 38:6).
우리는 시편을 읽으면서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시편에는 왜 이렇게 ‘고난’과 ‘슬픔’과 ‘괴로움’에 관한 내용들이 많이 반복되고 있는가? 하나님께서는 왜 한두 편, 아니 대여섯 편 정도에서만 이런 내용을 다루지 않으시고 절반도 넘는 시편들에서 이런 ‘어두운’ 주제들이 반복되게 하셨는가? 지금 당장 환난을 당하고 있지 않는 성도들에게 이러한 시편들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하나님께서 이렇게 하신 데에는 깊고 많은 뜻이 있으실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시편에서 끊임없이 “고난”과 “슬픔”과 “재난”과 “질병”과 “죽음”의 문제들에 대해 말씀하시는 이유는, 지상을 살아가는 신자들의 삶에 이런 고난과 슬픔과 재난과 질병과 죽음이 예외 없이 찾아오게 될 것을 아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 사고들을 접하게 되고, 고난을 당하고 슬픔의 눈물을 흘리며 재난 속에서 근심하며 질병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 두려워합니다. 평안할 때에 견고한 믿음으로 살아가던 사람들도 환난 날에는 비틀거리고 흔들리곤 합니다.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하고 질병에 걸리고 여러 환난을 만나고 원수의 공격과 핍박을 만나게 되면 우리는 당황하기 쉽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시편의 말씀들을 통해서, 그렇게 고통 중에 있는 성도들을 교훈하시고 위로하십니다. 동시에 하나님께서는 앞으로 고난과 슬픔과 재난과 질병과 죽음을 겪게 될 모든 성도들에게도 미리 고난에 대해 말씀하셔서, 우리로 하여금 고난을 묵상하게 하시고 “예습”하게 하셔서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고난의 날에 비틀거리고 흔들리지 않게 하시는 일을 하십니다.
고난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사람은 고난의 날에 당황하게 될 것이고, 죽음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사람은 죽음의 날에 크게 두려워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고난이 찾아올 것이고 죽음도 찾아올 것입니다. 우리의 불구대천의 원수들의 공격도 끊임없이 계속 될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시편을 통해서 고난에 대해 묵상하고 공부하게 하신 것입니다. 더욱 힘써 시편을 읽고 묵상하고 공부합니다. 지금 당장 고난과 재난과 질병이 우리에게서 멀리 있다 할지라도, 시편의 말씀들에 더욱 익숙해지고 시편의 기도로 기도하는 법을 배웁시다. 그래서 환난의 날에 시편의 말씀들이 우리를 굳게 붙들어주고 우리의 기도를 이끌어줄 수 있게 합시다.
2023년 11월 4일
양의문교회 담임목사 김준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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