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평안하신지요?
유난히 빠르게 지나갔던 2022년이 지나가고 2023년이 밝아왔습니다. 지난 1월 1일은 새해의 첫날이면서 첫 주일이었습니다. 양의문교회는 새해 첫 주일이면 전교인이 참여해서 요리문답이나 성경 한 장을 택해서 암송하는 아름다운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에는 코로나로 인해 암송발표회를 가지지 못하였지만, 올해에는 하나님의 은혜로 다시 암송발표회를 가질 수 있어서 특별히 감사했습니다. 올해는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전체를 부서별로 나누어 암송했는데, 암송발표 시간만 두 시간이나 걸리는 큰 도전이었습니다. 올해 암송에 참가한 인원은 총 124명(유치부 11명, 초등부 11명, 중고등부 15명, 청년2부 10명, 청년1부 16명, 장년2부 40명, 장년1부 21명)으로 참가 인원도 예년보다 조금 늘어났습니다. 모든 부서에서 열심히 준비해서 은혜 중에 암송발표회를 마쳤습니다.
특별히 발표회의 첫 순서로 나온 유치부 아이들이 가장 우렁찬 목소리로 “살아서나 죽어서나 당신의 유일한 위로는 무엇입니까?” 하고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제1문답을 또랑또랑하게 암송하는 모습을 보며 그 자체로 또 다른 위로를 받았습니다. 아이들이 신앙 안에서 예쁘게 자라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가슴 벅차도록 기쁜 일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아이들이 자라나서 맞닥뜨려야 할 세상을 생각하면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고 이 아이들이 세상이라고 하는 바다로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하기 전에 이들을 말씀과 기도로 무장시켜야 한다는 일종의 위기의식을 가지게 됩니다. 유치부 아이들은 곧 자라서 초등학생이 되고, 초등학생들은 곧 자라서 중고등학생이 되고, 중고등학생들은 곧 대학생이 되고 곧 사회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입니다. 우리의 모습은 마치 바벨론의 포로로 끌려간 다니엘과 다니엘의 세 친구들의 모습과 같습니다. 이 세상은 하나님의 말씀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는 세상입니다. 온갖 방탕과 불의와 음란과 비진리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이 세상의 가치관은 성경의 가치관과 정반대입니다. 어리석은 자는 그 마음에 이르기를 ‘하나님이 없다(There is no God)’고 하며, 사람들은 부패하며 가증하여 선을 행하는 자가 없습니다(시 53:1). 우리와 우리의 자녀들은 바로 이런 세상의 한복판에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비록 이 세상 속에서 살고 있지만 동시에 하나님 앞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불경건한 세상 속에서 살고 있지만, 세상이 불경건하다고 해서 우리도 덩달아서 불경건하게 살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세상 속에서도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그렇게 하였듯이 우리의 자녀들에게도 도전할 것입니다. 세상은 우리의 자녀들을 때로 미혹하고 때로 위협하면서 우리의 자녀들이 신앙을 지키지 못하도록 도전할 것입니다. 우리의 자녀들이 신앙을 따라 살지 말고 세상의 방식을 따라 살도록 자꾸만 부추기고 위협하며 곤란하게 할 것입니다. 우리의 자녀들에게는 이러한 세상의 거센 파도와 비바람이 끊임없이 불어올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와 우리의 자녀들은 이 세대(this age)를 능히 감당할 수 있기 위해서 말씀과 기도로 더욱 무장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 무엇인지, 하나님의 방법이 무엇인지를 더욱 분명히 알고, 철저하게 그 말씀에 입각한 삶을 사는 법을 배우고 훈련해야 합니다. 또한 하나님께서 우리와 우리의 자녀들을 긍휼히 여겨 주셔서 이 악한 세대로부터 우리를 보존하여 주시기를(시 12:6) 기도해야 합니다. 우리의 자녀들과 함께 좀 더 자주 기도하며, 우리의 자녀들을 위해 좀 더 자주 기도해야 합니다. 새해를 맞이하며, 우리 각 개인과 가정과 교회가 더욱 말씀과 기도로 무장되어, 세상 속에서 살지만 세속에 물들지 않고, 자기 정체성을 잃지 않고, 시냇가에 심겨진 나무처럼 시절을 좇아 과실을 맺으며 그 잎사귀가 늘 청청하게 되기를 소원합니다.
2023년 1월 7일
양의문교회 담임목사 김준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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