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 9:7-21
아비멜렉이 세겜에서 왕이 되다(1-6절)
아비멜렉은 기드온의 아들 중 한 사람입니다. 기드온은 많은 아내와 첩을 두었고, 아내에게서 얻은 아들만 70명이었지만, 아비멜렉은 첩에게서 태어난 서자였습니다. 아비멜렉이라는 이름은 “나의 아버지는 왕이다”라는 뜻으로, 이 이름은 아마도 그의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이 비록 서자이지만, 그의 아버지는 이스라엘의 위대한 사사이며 왕과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기를 바라는 뜻으로 이 이름을 지어주었을 것입니다.
기드온이 죽자 아비멜렉은 세겜에 있는 자기의 외가 쪽 사람들을 모아놓고 말합니다. “청하노니 너희는 세겜 사람들의 귀에 말하라. 여룹바알의 아들 칠십 인이 다 너희를 다스림과 한 사람이 너희를 다스림이 어느 것이 너희에게 나으냐? 또한 나는 너희의 골육지친임을 생각하라”(2절). 아비멜렉은 여론을 조작하고, 지역감정과 혈연관계를 내세워서 왕 되기를 도모하였습니다. 세겜 사람들은 “그는 우리 형제라”(3절)고 하면서 바알브릿의 신전에서 은 칠십 개를 내어 아비멜렉에게 주었고, 아비멜렉은 그것으로 방탕하고 불량한 무리를 고용하고서는(4절), 그 무리들을 데리고 자기 아버지 기드온이 살던 오브라로 가서 거기에서 기드온의 아들들, 곧 자기의 이복형제들 70명을 한 반석 위에서 처형시키는 참혹한 일을 저질렀습니다(5절). 아무리 왕이 되는 것이 크고 중요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그 방법이 너무 악했습니다. 좋은 대의도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그 대의를 이루는 과정과 방법도 좋아야 합니다.
세겜 사람들은 세겜의 상수리나무 아래에서 아비멜렉을 왕으로 삼았습니다(6절). 아비멜렉은 이전에 자기 아버지 기드온이 가지고 있었던 사사의 직분을 굉장한 권력 내지는 특권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아비멜렉은 기드온의 죽음과 함께 그 모든 ‘권력’이 사라지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아비멜렉은 거룩한 사사의 직분을 권력과 특권으로 누리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스라엘의 왕의 자리를 탐내어, 하나님께서 자신을 부르시지도 않았는데도 그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 이복형제 70명을 몰살시키고, 기어코 왕이 된 것입니다.
요담의 우화와 경고(7-21절)
기드온의 아들들 중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들 요담은 이 모든 참혹한 일들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그래서 요담은 아비멜렉의 본거지인 세겜으로 내려가서 그리심 산에서 소리를 높여 외쳤습니다. 요담은 나무들의 세계를 우화로 만들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나무들이 왕을 세우기 위하여, 제일 먼저 감람나무에게 찾아갔습니다. 나무들이 감람나무에게 “너는 우리 왕이 되라”고 하자 감람나무는, 하나님과 사람을 영화롭게 하는 자신의 열매와 기름을 버리고 가서 나무들 위에 요동하는 왕이 되기를 거절했습니다(7-9절).
그러자 나무들이 무화과나무에게 가서 왕이 되어 달라고 하였습니다(10절). 그러자 무화과나무도, “나의 단 것, 나의 아름다운 실과를 내가 어찌 버리고 가서 나무들 위에 요동하리요”(11절)라고 하며 왕 되기를 거절했습니다. 무화과나무는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사람들을 유익하게 하는 달고 아름다운 실과를 버리고 나무들 위에서 요동하기를 거절했습니다.
나무들이 이번에는 포도나무에게 가서 왕이 되어 달라고 하였습니다(12절). 그러자 포도나무는, 하나님이 자신을 포도나무로 지어주셔서 하나님과 사람을 기쁘게 하는 포도주를 내게 하셨으니 이 자리를 온전히 잘 지키는 것이 좋다고 하면서(13절), 나무들의 왕이 되어서 나무들 위에 군림하고 요동하느라고 포도 열매 맺는 것을 저버릴 수 없다고 하면서 나무들의 왕 되기를 거절했습니다. 이렇게 모든 나무들이 자기 자리를 지키고자 했습니다.
이에 나무들은 마지막으로 가시나무에게 가서 말하기를 왕이 되어 달라고 하였습니다(14절). 사실 가시나무는 왕이 될 만한 나무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 가시나무는 자기가 왕이 되는 것이 마땅하며, 자기를 왕으로 인정하지 않고 자기 그늘 아래로 들어오지 않는 나무는 레바논의 백향목과 같은 좋은 나무라고 하더라도 다 불태워버리겠다고 하였습니다(15절). 요담의 우화는 이렇게 끝이 납니다. 요담이 이 우화를 세겜 사람들에게 들려준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이 가시나무가 바로 아비멜렉인 것을 깨닫게 해주고 경고를 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이제 요담은 세겜 사람들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이제 너희가 아비멜렉을 세워 왕을 삼았으니 너희 행한 것이 과연 진실하고 의로우냐? 이것이 여룹바알과 그 집을 선대함이냐? 이것이 그 행한 대로 그에게 보답함이냐?”(16절). 세겜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구원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기드온의 헌신을 잊어버리고, 오히려 그의 아들들을 몰살시킨 아비멜렉을 왕으로 삼았으니 이것이 정말 옳은 일이냐는 것입니다(17-18절). 요담은 세겜 사람들이 가시나무 같은 아비멜렉을 왕으로 세우게 되면 하나님이 그 위에 복을 주시지 않을 것이고, 서로에게서 불이 나와서 서로 상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뒤에 세겜을 떠났습니다(19-21절).
요담의 경고와 저주에도 돌이키지 않은 세겜 사람들과 아비멜렉의 비참한 최후(22-57절)
아비멜렉과 세겜 사람들은 결국 요담이 경고한 그대로 되었습니다. 세겜 사람과 아비멜렉, 서로에게 불이 나와서 서로 죽고 죽이고 비참하게 되었습니다. 세겜 사람들은 요담의 경고를 귀담아 듣지 않았고, 아비멜렉은 기어코 세겜 사람들의 왕이 되어서 3년을 다스렸습니다(22절). 하지만 3년 간의 허니문 기간이 끝나자 세겜 사람들은 아비멜렉을 배반하였습니다(23절). 하나님께서는 그 둘의 관계가 틀어지도록 악한 신(영)을 보내셔서, 아비멜렉이 자기 형제 70명을 죽인 잔악함을 갚으시고, 또한 그러한 악에 부화뇌동했던 세겜 사람들에게 그 피가 돌아가게 하셨습니다(23-24절). 세겜 사람들은 가알이라고 하는 사람을 앞세워서 반란을 일으켰고, 그 소식을 들은 아비멜렉은 와서 그들을 많이 죽였고, 세겜 망대에서는 불을 질러서 일천 명 정도를 죽이기도 했습니다. 분을 이기지 못한 아비멜렉은 세겜 근방의 데베스 성의 사람들도 진멸하려고 하다가 한 여인이 던진 맷돌 윗짝에 맞아 두개골이 깨져서 비참하게 죽고 말았습니다. 세겜 사람과 아비멜렉, 서로에게 불이 나와서 서로 죽고 죽이고 비참하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는 동맹은 결국 서로에게 불이 될 뿐입니다.
아비멜렉 사건은 하나님을 위하여 사용하도록 주신 권위를 자신을 위한 특권으로 변질시킬 때에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주신 정당한 권위를 겸손하고 신실하게 사용하되, 그것을 권력화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지금 우리가 계획하고 있는 것이 진실하고 의로운 것인지를 늘 돌아보아야 합니다. 여러분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옳은 일입니까? 하나님께서 진정으로 기뻐하실 만한 일입니까? 정말로 그렇다면 계속 하고 그것을 즐기십시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것을 양심이 알려주고 말씀이 경고하고 있다면 그 일을 멈추십시오. 진실과 의로움으로 맺어지지 않은 모든 관계는 결국 파국을 맞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거기에 복을 주시지 않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는 아비멜렉이 그의 아버지 기드온의 신앙 유산을 얼마나 욕되게 하였는지를 보고 경고를 받아야 합니다. 기드온은 바알의 단을 훼파함으로써 “여룹바알(바알과 논쟁한 자)”(삿 6:31)이라는 영광스러운 이름을 얻었는데, 여룹바알의 아들 아비멜렉은 바알 숭배에 빠진 세겜 사람들이 바알브릿의 신전에서 내어준 돈을 받아 자기의 친형제들을 죽이고 왕이 되었으니, 아비멜렉은 자기 아버지 여룹바알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삶을 살았던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각자의 자리를 잘 지키면서 우리의 일을 합시다. 우리의 자리에서 우리만 피울 수 있는 꽃을 피우면 되고 우리만 맺을 수 있는 열매를 맺으면 됩니다. 가시나무처럼 되지 맙시다. 진실과 의로움을 가지고, 겸손히 우리 일을 합시다. “하나님의 능하신 손 아래에서 겸손하라. 때가 되면 너희를 높이시리라”(벧전 5:6)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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