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상 3:10-21
말씀이 희귀해진 시대에 하나님께서 사무엘을 부르시다(1-9절)
사무엘상 3장은 어린 사무엘이 선지자로 부름을 받는 모습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등불”이 아직 꺼지지 않았던 새벽 시간에 성막 안에 있던 사무엘을 부르셨습니다(3절) 사무엘은 아마도 밤새 성막의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성막 안에서 누워 잠을 자면서 밤새 등불을 관리했던 것 같습니다. 성막 안의 등불은 저녁부터 아침까지 항상 꺼지지 않고 유지되어야 했습니다(출 27:20-21; 레 24:1-3). 사무엘은 일찍이 뜻을 정하고 전적으로 자기 자신을 하나님께 드리는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신앙생활을 올곧게 하고, 어릴 때부터 하나님을 사랑하고, 어릴 때부터 예배를 중히 여기면서 하나님을 섬기는 아이들을 보는 것은 우리에게 더없이 큰 기쁨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자녀들에게 어릴 때부터 성경을 가르치고 하나님을 사랑하고 예배를 귀히 여길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만일 우리의 어린 자녀들이 모든 생명과 복락의 근원이 되시는 하나님께로부터 멀어져 있는 것을 보고도 우리가 태연하다면, 우리는 하나님을 참으로 믿지 않는 사람이거나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만일 자녀들이 몸이 아프면 당장 병원으로 뛰어가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우리의 자녀들이 하나님께로부터 그렇게 멀어져 있는 것을 보고는 그렇게 태연할 수 있습니까? 아이들이 다 클 때까지 기다릴 작정입니까? 장년이 되고 노인이 되어서 신앙을 잘 지키고 끝까지 믿음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참 아름답지만, 어린 아이들이 믿음으로 하나님을 섬기고 예배하는 모습은 특별히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이런 아이들이 있는 곳에 소망이 있습니다.
사무엘이 하나님을 신실하게 섬기고 있던 시대는 “여호와의 말씀이 희귀하여 이상이 흔히 보이지 않”던 때였습니다(1절). “희귀하다”는 말은 “값비싼(precious), 진귀한(rare)”이라는 뜻의 히브리어 “야카르”입니다. 물론 여호와의 말씀은 언제나 금보다 귀한 말씀입니다. 사무엘의 시대에 말씀이 희귀하게 되었다는 것은 이전에 족장 시대나 모세 시대와는 다르게 하나님의 자기계시 자체가 드물어졌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미 주어진 말씀을 중히 여기고 말씀대로 사는 사람들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그때에도 여전히 모세의 율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율법을 아는 사람이 희귀해지고, 율법을 중히 여기는 사람도 희귀해지고, 말씀대로 사는 사람들도 희귀해진 시대였다는 말입니다.
사무엘이 선지자로 부름을 받던 때에, 엘리는 매우 늙어서 눈이 어두워서 앞을 잘 보지 못했다고 하였습니다(2절). 이 구절을 읽다보면 영적으로 어두워져있던 사사 시대를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여호와의 말씀이 희귀해지고 영적으로 암울한 시대라 하더라도, 하나님의 등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습니다(3절). 하나님께서는 그 등불의 심지를 돋우시어 그 시대를 밝히시기 위하여 사무엘을 부르셨습니다(4절).
하나님께서는 성막에 누워있던 사무엘을 세 번 부르셨습니다(4-9절). 그때 사무엘은 엘리 제사장이 자기를 부르는 줄 알고 엘리에게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사무엘을 부른 것은 엘리가 아니었습니다. 사무엘이 세 번째 엘리에게 나아갔을 때, 엘리는 사무엘을 부르고 계신 분이 하나님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8절). 그래서 엘리는 “사무엘아, 네가 가서 누워 있다가 너를 부르시는 분이 다시 너를 부르시거든 “여호와여 말씀하옵소서, 주의 종의 듣겠나이다” 하고 말씀드려라.”(9절) 하고 사무엘에게 말했습니다. 그래서 사무엘은 다시 성막으로 돌아가서 자기 처소에 누웠습니다.
여호와여 말씀하옵소서, 주의 종이 듣겠나이다(10-18절)
그때 여호와께서 다시 임하여 사무엘을 부르셨습니다. “사무엘아, 사무엘아”(10절). 그러자 사무엘이 대답했습니다. “말씀하옵소서, 주의 종이 듣겠나이다.” 하나님은 사무엘에게 엘리의 집에 대한 심판의 말씀을 하셨습니다(11-12절). 하나님께서 엘리의 집을 심판하기로 하신 이유는, 엘리의 아들들이 저주를 자청하는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도 엘리가 이를 금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13절). 엘리는 하나님의 경고를 받고도 온 힘을 다해 자기 아들들을 그 죄에서 돌이키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사무엘이 들은 말씀은 참으로 무거운 말씀이었습니다. 젊은 사무엘이 전하기에 어려운 말씀이었습니다. 엘리 제사장의 집에 하나님의 심판이 임할 것이라는 말씀을 전한다는 것은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무엘은 그 심판의 말씀을 엘리에게 알리기를 두려워하였습니다(15절). 하지만 엘리가 사무엘을 불러서 하나님께서 하신 말씀을 숨김없이 알려달라고 하였을 때(16-17절), 사무엘은 조금도 숨기지 않고 세세히 말하였습니다(18절). 이것이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입니다. 사무엘은 “여호와여 말씀하옵소서, 주의 종이 듣겠나이다” 하는 태도를 견지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겠다고 한 것은 단순히 귀로만 잘 듣겠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경청하고 그 말씀을 마음에 잘 새기고 말씀대로 이행하겠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모든 사람에게 요구되는 태도입니다. 하나님의 심판의 말씀을 들은 엘리는 마치 그 모든 것을 예상한 것처럼, “이는 여호와시니 선하신 소견대로 하실 것이니라”(18절)고 말했습니다. 엘리는 자신의 집안에 하나님의 심판이 임할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체념한 상태로 그 말씀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사무엘이 전한 말이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하시다(19-21절)
사무엘은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경청하고, 그 말씀을 마음에 담고, 말씀하신 그대로 말씀을 전했습니다. 사무엘이 전한 말은 사람의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었습니다. 그 말은 하나도 땅에 떨어질 수 없는 말이었습니다. 그 말은 참된 말이었고 권세가 있는 말이었습니다. 사무엘이 한 일은, 하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시면 사무엘은 그 말씀을 잘 듣고, 하나님의 말씀을 중히 여기고 말씀하신 그대로 가감 없이, 남김없이, 세세하게 전하는 일을 계속 한 것입니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사무엘의 말이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하셨고(19절), 하나님의 말씀이 온 이스라엘에 전파되게 하셨습니다(삼상 3:20; 4:1 상반절).
오늘도 우리는 여호와의 말씀이 희귀하여 이상이 흔히 보이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말씀의 홍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는 그 어떤 시대보다 성경을 많이 가지고 있는 시대입니다. 라디오, 케이블TV, 인터넷, 유튜브를 통해서 수많은 설교를 들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교회들도 많이 세워져 있습니다. 하지만 웬일인지 어릴 때부터 하나님을 섬기는 아이들이 희귀해지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뜨겁게 사랑하고 하나님을 신실하게 섬기는 십대 청소년들이 점점 진귀해지고 있습니다. 신학생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교회를 사랑하고 기도하는 신앙의 어른들이 점점 희귀해지고 있습니다. 강단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순전하게 선포하는 설교자를 찾기가 어려운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등불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 땅에 신실한 교회들이 아직 남아있고, 신실한 성도들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바로 그런 사람들을 들어서 이 시대를 밝히실 것입니다. 우리와 우리의 가정과 이 땅의 교회들이 바로 그런 등불과 같은 자들이 되기를 소원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힘이 있습니다. 사람의 말은 땅에 떨어지고 쉬 사라집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말씀은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않습니다. 주의 말씀은 세세토록 있을 것입니다(벧전 1:23-25). 사무엘의 말이 온 이스라엘에 전파되었던 것처럼, 우리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이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전파되게 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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