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상 15:10-23
사무엘상 13-15장은 이스라엘의 왕이 된 사울이 왕으로서 보여준 그의 통치 행보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무엘상 13-15장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토록 원했던 왕이 어떤 통치를 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하나님께서는 사울의 통치 기간에 이스라엘에 여러 위기 상황들을 던져 주심으로써 이스라엘 백성들이 큰 기대를 걸었던 사울 왕이 얼마나 불안하고 무력한 왕인지를 보여주셨습니다. 하나님은 하나님을 왕으로 모시는 것과 사람 왕을 모시는 것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좋고 안전한지를 일깨워주고자 하신 것입니다.
사무엘상 13-15장에 기록된 사울의 모습을 보면 여러 가지로 불안하고 또 많은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이스라엘이 블레셋 군대와 전쟁을 치르게 되었을 때에 사울 왕은 하나님께 번제를 드리기 위하여 길갈에 모였다가 사무엘이 지체하자 자신이 직접 번제를 드리는 일이 있었습니다(삼상 13장). 이는 제사장만이 제사를 주관하도록 하신 하나님의 명령을 현저하게 어긴, 어리석은 행위였습니다. 블레셋의 위협은 계속 되었고, 비록 하나님께서 블레셋 진영에 지진을 일으키시고 두려움이 임하게 하셔서 이스라엘에 승리를 가져다주시기는 하셨지만 이는 결코 사울이 잘 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었습니다(14장). 사울의 불안한 통치 행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아말렉을 진멸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불순종한 사울(삼상 15:1-9)
하나님께서는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사울에게 사무엘을 보내셔서 “아말렉을 쳐서 그들의 모든 소유를 남기지 말고 진멸하되 남녀와 소아와 젖 먹는 아이와 우양과 약대와 나귀를 죽이라”(3절)고 명령하셨습니다(1-3절). 하나님은 이를 위해 사울에게 20만이나 되는 큰 군대를 모아주셨습니다(4절). 이제 사울은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만 하면 하나님이 모든 면에서 함께 해주시고 승리를 주실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울과 백성들은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아말렉의 왕 “아각과 그 양과 소의 가장 좋은 것 또는 기름진 것과 어린 양과 모든 좋은 것을 남기고 진멸키를 즐겨 아니하고 가치 없고 낮은 것은 진멸”하였습니다(8-9절). 사울이 이렇게 불순종한 이유는 그가 하나님보다 백성들을 더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24절). 사울은 백성들의 마음이 자기에게서 돌아서게 될까봐 두려워서, 백성들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것입니다. 백성들은 하나님의 명령보다는 여러 현실적인 이유를 더 따졌을 것입니다. 그들은 아무리 하나님의 말씀이라 하더라도 아말렉의 소유 전체를 진멸하는 것보다는, 아각과 기름진 소와 양들을 살려두면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훨씬 더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아무런 뜻 없이 아말렉을 진멸하라고 하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말렉 족속은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서 나왔을 때에 연약한 부녀들을 죽이고 약탈하는 악을 행한 족속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말렉의 소행을 심히 미워하셨고, 그리하여 여호수아가 이끄는 군대가 신 광야 르비딤에서 그들과 싸울 때에 이스라엘로 큰 승리를 거두게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말렉 족속을 내가 천하에서 기억함이 없게 하리라”(출 17:14)고 하셨고, 이스라엘 백성들이 약속의 땅에 들어가서 안식을 얻게 되면 아말렉의 이런 악행을 잊지 말고 그들을 완전히 진멸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신 25:17-19). 이는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대적하는 악한 세력들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백성들과 사울 왕은 그런 것도 모르고 자신들이 하나님보다 더 합리적이고 더 지혜롭다고 생각해서 하나님의 명령에 불순종하였습니다.
내가 여호와의 명령을 행하였나이다(삼상 15:10-21)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울은 자신이 여호와의 명령을 잘 이행하였다고 생각하였습니다(13절). 사무엘이 사울을 만나려고 길을 나섰다가 길갈에서 사울과 만났을 때에 사울은 사무엘에게 ”내가 여호와의 명령을 행하였나이다”(13절)라고 말했습니다. 사울은 자신이 하나님의 명령을 대부분 순종했으니 이 정도면 좋은 순종을 한 것으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사울이 여호와의 말씀을 거역하였다고 판단하시고 그를 책망하셨습니다. 사무엘이 사울의 불순종에 대해 책망하자 사울은 백성들을 핑계로 삼으면서, “그것은 무리가 아말렉 사람에게서 끌어 온 것인데 백성이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 제사하려 하여 양과 소의 가장 좋은 것을 남김이요 그 외의 것은 우리가 진멸하였나이다”(16절)라고 구차하게 변명하였습니다. 실상은 사울 자신도 아말렉의 소유를 탈취하기에 급급하여 하나님의 명령에 불순종한 것이었으면서도(19절), 자신의 죄가 드러나고 책망을 받자 백성들에게 책임을 전가시키고, 하나님께 좋은 것으로 제사하려는 좋은 명분을 내세움으로써 자신의 죄를 합리화시켰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불순종에 대해 어떤 것도 핑계할 수 없습니다. 어떤 명분도 우리의 불순종을 정당화시키지는 못합니다.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수양의 기름보다 나으니(삼상 15:22-33)
이에 사무엘은 사울에게 “여호와께서 번제와 다른 제사를 그 목소리 순종하는 것을 좋아하심같이 좋아하시겠나이까?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수양의 기름보다 나으니”(22절)라고 하였습니다.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고 하셨습니다. 그 어떤 명분보다 순종이 낫습니다. 순종을 능가하는 것은 없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하여 탈취한 것을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와서 제사를 드린다고 한들, 하나님께서 그것을 기뻐하시겠습니까?
또한 “거역하는 것은 사술의 죄와 같고 완고한 것은 사신 우상에게 절하는 죄와 같음이라”(23절)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불순종과 거역을 심히 미워하십니다. 거역하는 것은 사술의 죄(점치는 죄)와 같다고 하셨습니다. 분명하게 계시된 하나님의 뜻과 말씀이 있는데도 점쟁이에게 가서 그의 말에 순종한다면 이는 하나님을 부인하고 멸시하는 가증한 죄가 됩니다. 또한 완고한 것 역시 죽은 우상에게 절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를 바가 없습니다(23절).
사울은 사무엘의 책망을 받았을 때에 자기의 죄를 인정하고 회개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사울은 자신이 여호와의 말씀을 버렸기에 여호와께서도 자신을 버려 왕이 되지 못하게 하실 것이라는 사무엘의 두려운 선언을 들었을 때조차도(23절), 죄를 뉘우치기보다는 사무엘에게 자신과 함께 가서 여호와께 경배하여 이스라엘 앞에서 자신을 높여달라고 하였습니다(25,30절). 사울은 자신이 비록 하나님에게는 버림을 받았더라도, 사람들의 인정과 칭찬을 받아 사람들 앞에서 높아지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사울은 하나님의 버림을 받아 비참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영적으로도 어두워졌고, 왕권도 빼앗겼습니다. 사울은 건강도 잃었고, 악신이 들어 평안도 없었습니다. 사울의 통치 기간 동안 블레셋의 원수들이 계속 일어나서 전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에는 전쟁터에서 적들의 화살을 맞아 고통 중에 스스로 자기 칼로 자결하였고, 그 세 아들도 전쟁터에서 한 날에 다 죽고 말았습니다.
하나님은 불순종을 미워하시고 순종을 기뻐하십니다.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수양의 기름보다 낫다”고 하셨습니다. 우리의 불순종에 언제나 두려운 결과가 따르는 것처럼, 우리의 순종에도 반드시 복된 결과가 따른다는 사실을 명심합시다. 부분적인 순종을 순종으로 착각하지 맙시다. 우리의 불순종을 다른 어떤 명분을 내세워 정당화하려고 하지도 맙시다. 우리 모두 묵묵히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순종의 사람들로 살아가기를 소원합니다. 순종이 제사보다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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