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 8:31-39
새해가 되면 누구나 새로운 기대와 소망을 가지고 한 해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새해를 맞이하는 일은 마냥 즐겁고 설레는 일만은 아닙니다. 새해를 맞이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엄중한 일입니다. 먼저, 새해가 되었다는 것은 곧 우리가 삶에 가까워지기보다는 죽음에 한발자국 더 가까워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올해까지 살아남은 생존자들입니다. 이제까지 많은 위험들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남았기에 우리는 감사하고 기뻐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지금 우리 모두는 점점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는 중입니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존재입니다.
또한 새해를 맞이한다는 것은 우리가 불확실한 미래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마냥 즐겁고 설레지만은 않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삶은 미래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 가운데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올해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늘 그런 불확실한 미래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또한 실제로 우리의 삶은 녹록하지가 않습니다. 이 세상에는 여러 가지 악과 비참이 있어서 우리는 많은 싸움을 해야 합니다. 몸도 마음도 지치기 쉽습니다. 삶은 치열한 전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새해를 소망 중에 시작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로마서 8장은 이렇게 불확실하고 치열한 이 땅에서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우리 그리스도인이 어떤 자들인지, 그리스도인들은 이 땅에서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그러한 삶을 살면서 가져야 할 확신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교훈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은 자요 하나님의 자녀다
첫째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은 자요 하나님의 자녀된 자들입니다. 바울은 로마서 1-7장에서 인간은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거룩하신 성부 하나님 앞에서 모두 한 가지로 죄인인 것과, 죄인이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 하심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율법의 행위로가 아니라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만 가능하게 된다는 이신칭의 교리를 설명했습니다(롬 1:1-3:20). 바울은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해서 마련하신 이 하나님의 의를 우리가 힘입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롬 3:21-31). 아브라함도 행함이 아니라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았습니다(4장). 하나님의 언약을 인해서 한 사람 아담이 범죄함으로 모든 사람이 죄인이 되었던 것처럼 한 분 그리스도를 믿어 그리스도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얻을 수 있습니다(5장). 우리가 그리스도를 믿을 때에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에 연합하고 그의 부활에도 연합된다는, 소위 그리스도와의 연합 때문에 이신칭의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6장). 또한 바울은, 비록 우리가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다 하심을 얻었지만 여전히 우리 안에 남아있는 죄와의 투쟁이 있음을 설명했습니다(7장).
이제 사도 바울은 로마서 8장을 시작하면서 “그러므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들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롬 8:1)고 선언했습니다. 비록 우리 안에 여전히 죄가 남아있지만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그리스도와 연합되어 의롭다 하심을 받았으니 이제 우리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습니다. 또한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입니다(16절). 양자의 영이신 성령님의 역사로 말미암아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런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고난과 탄식 가운데 있다
둘째로, 로마서 8장은 우리가 이 땅에서 어떠한 삶을 살게 될 것인지를 말씀합니다. 비록 우리가 그리스도를 믿고 의롭다 하심을 받았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 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죄와 씨름하며 탄식하며 이 세상의 거대한 악과 비참 가운데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앞에 남아있는 날들은 그저 마냥 즐겁고 신나는 날들만은 아닙니다. 물론 슬픔도 없고 탄식도 없고 가난도 없고 괴로운 일도 없고 병드는 것도 없고 죽는 것도 없는 행복한 날들만 우리 앞에 펼쳐지면 좋겠지만 우리의 삶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만일 우리가 그런 삶을 원한다면, 우리는 예수님을 믿고서 영광만을 누리고 십자가는 지고 싶어하지 않는 것입니다(막 8:34). 바울은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이고 그리스도와 함께 한 후사이지만 우리가 그와 함께 영광을 받기 위하여 고난도 받아야 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17절).
우리는 금생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고난을 피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하나님의 자녀이지만, 몸의 구속과 완전한 영광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동안 우리는 이 땅에서 탄식합니다(23절). 또한 피조물도 우리와 함께 탄식합니다(22절). 피조물은 자신도 썩어짐의 종노릇 하는 데에서 자유로워져서 하나님의 자녀들과 함께 영광의 자유에 이르게 되기를 고대하며 탄식하는 것입니다(19-22절). 또한 성령님께서도 탄식하십니다(26절). 우리 안에 계신 성령님께서는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십니다(26-27절).
하지만 우리는 하나님께서 이 모든 탄식 가운데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삶을 주관하셔서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고 계신다”(28절)는 사실로 인하여 위로를 얻습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구원은 확실합니다. 지금 의롭다 하심을 받은 자들은 반드시 영화롭게 될 것입니다(29-30절). 그리고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족히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큰 위로를 얻고 격려를 받습니다(18절).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리요
셋째로, 로마서 8장은 우리가 어떤 확신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를 교훈합니다. 바울은 의롭다 하심을 받은 신자들은 비록 이 세상에서 고난 중에 탄식하며 살아가지만, 이 모든 것들을 버티고 넉넉히 이길 수 있는 큰 소망과 확신이 있다고 말하면서 4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먼저, 바울은 하나님이 우리를 위하시니 누가 우리를 대적하겠느냐고 묻습니다(31-32절). 하나님이 우리를 위하신다는 이 말은 참으로 우리에게 큰 확신과 용기를 줍니다. 또한 의롭다 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누가 하나님의 택하신 자들을 송사하겠느냐고 묻습니다(33절). 그리고 우리의 죄를 대신 짊어지시고 우리를 위하여 죽으셨다가 부활하셔서 하늘에 오르신 그리스도께서 계시니 누가 우리를 정죄할 수 있겠느냐고 묻습니다(34절). 마지막으로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리요?”라고 묻습니다(35절). 환난이나 곤고나 핍박이나 기근이나 적신이나 위험이나 칼도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습니다(35절).
그리고 바울은 시편을 인용합니다. “우리가 종일 주를 위하여 죽임을 당케 되며 도살할 양같이 여김을 받았나이다”(시 44:22). 이스라엘 백성들은 비록 하나님의 언약 백성이었지만 그들의 외적인 형편은 비참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이 땅에서의 우리의 형편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안에 여전히 죄가 남아있어서 우리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우리 밖에도 이 세상의 거대한 악과 비참이 우리 앞에 버티고 있습니다. 그럴 때에 우리는 탄식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모든 일에 있어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넉넉히 이길 수 있습니다(37절). 우리에게는 그 무엇도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내가 확신하노니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아무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38-39절). 그 무엇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습니다. 이 확신을 인하여 우리는 우리의 삶을 능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이 확신을 가지고 우리의 남은 때를 담대하게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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