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 1:1-7
로마서는 참으로 중요한 책입니다. 칼빈은 “우리가 이 서신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면 성경에 깊이 감추어져 있는 모든 보화들을 찾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했고, 루터는 로마서를 “가장 순수한 복음”이라고 했습니다. 로마서는 특별계시의 마지막 시기에 쓰여진 대표적인 서신서로, 앞서 주어졌던 모든 계시의 내용들을 총정리하고 요약하면서 복음의 정수를 설명해주는 책입니다. 우리가 로마서를 정말 바르게 이해했다면 성경 전체를 바르게 이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제 로마서가 어떤 책인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사도 바울이 로마 교회의 성도들에게 보내는 편지
로마서의 저자는 사도 바울입니다. 바울은 편지의 맨 앞에서 자신이 로마서의 저자임을 밝히고 있습니다(1절). 바울은 3차 전도여행의 끝에 고린도에 머물러 있는 동안 로마서를 썼습니다(행 20:2-3). 로마서를 기록할 당시 바울이 예루살렘 교회를 위한 구제헌금을 마치고(롬 15:25,26) 고린도 사람인 가이오의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롬 16:23), 겐그레아(고린도 옆 항구 도시) 교회의 일꾼인 뵈뵈의 편으로 로마서를 로마 교회에 보낸 것을 미루어볼 때(롬 16:1), 바울이 이 편지를 고린도에서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바울은 본래 열성적인 유대교인으로, 그리스도를 믿지 않았던 사람이었고 오히려 교회의 핍박자였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회심하여 만방에 복음을 전하는 사도가 되었고, 신약성경 27권 중 13권의 서신서를 기록하였습니다. 특별히 바울은 이방인을 위한 사도로 부르심을 받아서(행 22:21), 로마 제국 전역을 복음으로 뒤흔들었습니다.
로마서의 수신자는 “로마에 있어 하나님의 사랑하심을 입고 성도로 부르심을 입은 모든 자”(7절)입니다. 하나님의 “사랑하심”(7절)이 먼저 있고, 그 다음에 “부르심”이 있고, 그 다음에 “성도됨”이 있습니다. 또한 성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것으로 부르심을 입은 자”(6절)입니다. 우리가 이전에 죄의 종으로 살 때에는 죄에 매이고 죄에게 팔려 죄만 지으면서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비참한 노예와도 같았는데, 그리스도께서 그의 피로 우리를 속량하심으로 우리는 그리스도의 종이 되고 그리스도에게 매이고 그리스도의 일을 하며 복된 인생으로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울이 로마서를 기록한 이유와 목적
그렇다면 바울은 왜 로마서를 기록한 것일까요? 바울은 로마에 있는 성도들에게 참된 복음의 정수를 분명하게 증거하기 위해서 로마서를 썼습니다. 사실 바울은 로마서를 기록하기 전에 로마에 간 일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로마에는 이미 복음이 전해져 있는 상태였고 이미 교회도 세워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렇다면 바울은 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로마의 성도들에게 이토록 긴 편지를 쓴 것입니까? 바울은 무엇을 소원하고 무엇을 염려한 것입니까?
바울은 로마 교회가 흔들림 없이 복음 위에 굳게 서게 되기를 원했습니다. 한 번 교회가 세워졌다고 해서 그 교회가 자동으로 계속 든든히 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로마 교회도 언제든지 바른 교훈에서 떠나 바람에 밀려 요동하는 바다 물결 같이 흔들릴 수 있었습니다. 교회가 복음을 분명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복음을 분명하게 선포하지 못하면 성도들은 곧 흔들리고 맙니다. 바울은 로마 교회뿐만 아니라 오고 오는 모든 시대의 모든 교회들이 복음의 도리를 계속해서 분명하게 이해하고 참된 복음을 굳게 붙들고 힘 있게 선포하며 진리의 터 위에 굳게 서게 되기를 소원하면서 이 로마서를 기록하였습니다.
특별히 로마 교회는 로마 제국의 수도인 로마에 있는 교회였습니다. 로마 교회는 지정학적으로 볼 때 이방인 선교의 요충지였습니다. 반면에 로마 교회는 매우 세속적인 환경에 처해 있었습니다. 로마 제국은 종교 백화점이라고 할 만큼 많은 이방 종교들이 있었고, 사람들은 온갖 신들을 섬기고 있었습니다. 로마는 그런 로마 제국의 수도였습니다. 로마에 복음이 전해지고 교회가 세워진 것은 참으로 크신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행 2:10 참조). 로마 교회는 복음을 듣고 그리스도를 믿게 된 이방인들과 유대인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롬 2-4장, 9-11장). 따라서 로마 교회는 언제든지 갈라디아 교회처럼 유대주의적 오해와 거짓 교훈들이 파고들어 흔들릴 수 있는 위험을 늘 안고 있었습니다. 만일 로마 교회가 복음의 본질을 정확하게 붙잡지 못하고 변질되고 흔들리면 로마 제국 내의 복음 전파가 크게 위축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바울은 이를 염려하여 로마에 있는 성도들에게 오직 믿음으로 말미암아 얻는 구원의 복음의 진수를 전해주고자 했던 것입니다.
로마서의 주제, 성경에 미리 약속된 하나님의 복음
그렇다면 로마서의 주제는 무엇입니까? 로마서는 인간의 전적 타락 교리나 이신칭의 교리나 언약 사상이나 그리스도와의 연합 교리나 양자 교리나 성화 교리 등과 같은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주제들은 한 마디로 “복음”이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로마서는 복음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드러내면서 동시에 복음의 다양한 측면들을 복음의 논리로 정교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바울은 자신이 전하는 복음을 가리켜 “하나님의 복음”이라고 불렀습니다(1절). 복음은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기쁜 소식입니다. 복음은 하나님께서 순전히 은혜로 우리를 구원하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이자 선언이자 초대입니다. 하나님은 이 복음을 선지자들을 통해서 성경에 미리 약속하셨습니다(2절). 바울이 전했던 복음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고, 바울이 공교히 만들어낸 이야기도 아니었습니다. 이 복음은 창조 직후부터 인류에게 계시된 것으로, 하나님께서는 아담이 타락한 직후부터(창 3:15) 구약시대 내내 선지자들을 통해서 이 복음을 미리 약속해 주셨습니다. 구약시대에는 이 복음이 선지자들을 통해 약속(언약)의 형태로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구약성경은 아담과 노아와 아브라함과 모세와 다윗과 예레미야와 말라기에 이르기까지 약속에서 약속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 복음은 무엇에 관한 약속입니까? 이 복음은 “하나님의 아들에 관한” 복음입니다(2-3절). 그 아들로 말하자면 그는 육신으로는 다윗의 혈통(씨)로 나셨고 성령으로는 죽은 가운데서 부활하여 능력 있는 하나님의 아들로 인정된(하나님의 아들로서의 그 위용을 분명하게 드러내신) 분,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3-4절). 구약 시대에 주어진 모든 복음 약속들의 핵심은 그리스도였습니다. 결국 구약의 선지자들이 전했던 복음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가 오셔서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행하실 일들에 대한 약속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로 가득 차있는 복된 소식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이 복음을 허락하신 목적은 무엇입니까? 우리 가운데 이 복음이 선포되고 복음이 들려지게 하신 목적은 무엇입니까? 우리로 하여금 그 복음이 제시하는바 그리스도를 믿어 구원 얻게 하시려는 목적입니다. 우리를 구원하신 하나님께서는 또한 우리를 부르셔서 복음을 전하게 하십니다. 사도 바울 역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도록 사도의 직분을 받아 이방인들로 하여금 믿어 순종하게 하는 자로 살았습니다(5절). 우리 역시 모두 같은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우리를 복음으로 부르셔서 우리로 믿어 구원 얻게 해주신 하나님의 크신 은혜에 감사합시다. 이 복음을 좀 더 바르고 풍성하게 이해하고, 이 복음을 잘 파수하고, 힘 있게 증거합시다. 그럴 때에 우리의 자녀들과 다음 세대의 교회들이 복음에 더욱 깊이 뿌리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나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오는 은혜와 평강 가운데 거하는 복된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원합니다(7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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