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 3:21-31
로마서의 전체 흐름과 구조
로마서는 크게 세 단락(서론, 본론, 결론)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로마서의 서론은 1:1-17로, 이 단락은 로마교회의 성도들에게 보내는 바울의 문안과, 그가 로마서를 쓰게 된 배경을 기록합니다. 로마서의 결론은 15:14-16장으로, 이 단락은 바울의 기도 부탁과, 로마에 있는 성도들에게 보내는 작별 인사입니다. 그리고 로마서의 본론은 1:18-15:13로, 로마서의 본론은 그 흐름과 주제를 따라 크게 다섯 단락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본론의 첫째 단락은 1:18-3:20으로, 이 단락의 주제는 인간의 죄와 비참입니다. 이 단락에서 바울은, 모든 인간은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하나님 앞에서 아무도 의롭다 하심을 얻을 수 없는 죄인임을 논증합니다. 율법을 가지고 할례를 받은 유대인이라고 해서 더 나을 것도 없었습니다(2장). 바울은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다 죄 아래 있으며,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다고 선언하였습니다(3:1-19). 율법의 행위로는 그의 앞에 의롭다 하심을 얻을 육체가 없으며 율법으로는 죄를 깨달을 뿐입니다(3:20).
2) 본론의 둘째 단락인 3:21-5장의 주제는, 죄인이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의롭다 함을 받을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 단락에서 바울은, 죄인인 인간이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 하심을 받을 수 있는 길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모든 믿는 자에게 미치는 하나님의 의”(3:22)를 힘입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음을 논증합니다. 죄인이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다 하심을 받는 것을 가리켜 우리는 ‘칭의(justification)’ 또는 ‘이신칭의(justification by faith)’라고 부릅니다. 바울은 이 논지를 입증하기 위해,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어떻게 하나님 앞에서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았는지를 상기시키고 있습니다(4장). 또한 둘째 아담이신 그리스도가 우리의 언약의 대표로서 우리 대신 순종하시고 형벌 받으신 것이 어떻게 우리의 칭의의 근거가 되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5장).
3) 본론의 셋째 단락인 6-8장은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 함을 받은 자들의 상태와 그 결과에 대한 설명입니다. 이 단락에서 바울은, 의롭다 하심을 받은 성도들은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에 연합함으로써 죄의 종 되었던 데에서 해방되어 의의 종이 되었음을 증거합니다(6장). 비록 신자에게는 남아있는 죄성으로 인해 치열한 내적 싸움이 있지만(7장), 성령님께서 우리 안에서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간구하시면서 영화로운 상태에 이를 때까지 우리를 붙잡아 주실 것을 바울은 증거합니다(8장). 그러므로 이 단락은 칭의의 결과로서 오게 되는 신자의 성화(聖化, sanctification)와 견인(堅忍, perseverance)과 영화(榮華, glorification)에 대한 설명입니다.
4) 본론의 넷째 단락인 9-11장은 이스라엘 곧 유대인들이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문제를 다룹니다. 유대인들이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물론 하나님의 주권에 속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스라엘이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그들이 믿음에 의지하지 않고 (율법의) 행위에 의지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9:32 참조). 그들은 하나님의 의를 알지 못하고 율법을 행함으로 자기 의를 세우려고 힘을 쓰다가 하나님의 의에 복종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10:3). 하지만 하나님은 결코 자기 백성 이스라엘을 버리신 것은 아니며, 궁극적으로 그의 택하신 모든 자들을 구원하실 것입니다(11장).
5) 본론의 다섯째 단락인 12장-15:13은 구원 받은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감사의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교훈하는 단락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의 대원칙은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를 분별하면서 우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사로 드리는 것입니다(12:1-2). 그리스도인들은 이 세상에서 부지런하여 게으르지 말고 열심을 품고 주를 섬기며, 선으로 악을 이기며, 모든 사람으로 더불어 평화해야 할 자들입니다(12:11-21). 또한 그리스도인들은 한 국가의 시민으로서 권세자들에게 복종하고, 어두운 세상 속에서 빛의 자녀로서 단정히 행해야 할 자들이며(13장), 또한 교회 안에서는 믿음이 연약한 자들을 잘 권고해서 믿음으로 세워주어야 할 자들입니다(14:1-15:13).
오직 하나님의 의로, 오직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오직 믿음으로
로마서 3:21-31은 로마서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바울은 여기에서 복음의 가장 핵심적인 주제인 이신칭의를 꺼냅니다. 칭의(稱義)는 죄인을 의롭다고 하시는 하나님의 행위입니다. 칭의는 죄의 용서와 무죄 선언과 의롭다고 선언하여 주시는 것을 모두 포함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믿을 때에 죄의 완전한 용서와 무죄 선언을 받습니다. 이것은 칭의의 소극적인 측면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무죄를 선언하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를 향해 “의롭다”고 선언해 주십니다. 이것은 칭의의 적극적인 측면입니다. 신자의 상태는 단순히 죄가 없기만 한 일종의 중립 상태가 아닙니다. 신자의 상태는 의롭다 하심을 받은 상태입니다.
사실 21절은 “그러나”라는 접속사로 시작됩니다. “그러나 이제는 율법 외에 하나님의 한 의가 나타났으니...”(21절). 이 “그러나”는 위대한 “그러나”입니다. 왜냐하면 이곳이 로마서의 거대한 전환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제까지 바울은 모든 사람은 하나님 앞에서 다 죄 아래 있으며 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인간은 하나님의 진노와 심판을 피할 수 없음을 계속 증거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인간은 절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소망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곧 율법 외에 우리에게 나타난 “하나님의 한 의”를 힘입어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 하심을 얻을 수 있게 된다는 소망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의를 어떻게 받을 수 있습니까? 이 질문에 대한 바울의 대답은 크게 3가지입니다.
첫째, 한 죄인이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 하심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의로만” 가능합니다. 이 의는 사람의 의가 아니라 하나님의 의입니다(롬 1:17, 3:21, 10:3). 죄인은 이 의(義)로라야 하나님 앞에 설 수 있습니다. 사람의 의는 하나님 앞에서 더러운 옷과 같습니다(사 64:6).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죄인인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의 의를 힘입고 하나님 앞에 설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이 의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특별하게 마련해 주신 의입니다. 하나님은 이 하나님의 의를, 믿는 우리에게 값없이 선물로 주십니다.
둘째, 이 하나님의 의는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마련된 것입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칭의의 근거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대신 형벌 받으심으로써 우리의 죗값을 친히 담당하시고 또 우리를 위하여 우리가 마땅히 순종해야 했던 하나님의 모든 율법의 요구를 순종하심으로써 마련하신 의, 바로 그 의가 그리스도 안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구속으로 말미암아”(24절) 우리는 의롭다 하심을 얻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그의 피로 우리를 사셨습니다(고전 6:20; 계 5:9).
셋째,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리스도 안에 있는 그 하나님의 의를 어떻게 우리의 것으로 삼을 수 있습니까? 다시 말해서, 칭의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집니까? 그것은 “오직 믿음으로(以信, by faith)”입니다. 성경이 말하는 참된 믿음은 언제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입니다. 한 죄인이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 하심을 받을 수 있는 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모든 믿는 자에게 미치는 하나님의 의를 힘입는 것 외에는 다른 어떤 길도 없습니다(22절). 이것이 이신칭의 교리의 핵심입니다.
죄인이 하나님 앞에 설 수 있는 유일한 소망은 오직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의를 힘입는 것에 있습니다. 그러니 만일 여러분이 아직 이 의를 여러분의 것으로 삼지 못했다면 그리스도께 나아와 의롭다 하심을 받으십시오. 만일 여러분이 이 칭의의 은혜를 이미 받았다면, 이 놀라운 하나님의 의를 값없이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께 깊이 감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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