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 2:37-42
초대교회 사도들과 성도들은 세례와 성찬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고, 실제로 부지런히 성례를 시행했습니다(행 2:41-42). 하지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성례에 대해서 큰 관심이 없고 성례를 통해서 큰 유익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성례에 대한 이해가 깊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성례가 무엇인지를 우리가 정말 바르고 깊이 안다면, 우리는 성례를 통해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유익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례가 무엇인지를 바르게 알고, 바른 태도로, 부지런히, 참된 믿음으로 이 성례에 참여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성례는 무엇입니까?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66문은 이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합니다. “성례는 복음 약속의 눈에 보이는 거룩한 표와 인으로, 하나님께서 제정하신 것입니다. 성례가 시행될 때, 하나님께서는 복음 약속을 우리에게 훨씬 더 충만하게 선언하고 확증하십니다. 이 약속은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위에서 이루신 단번의 제사 때문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죄 사함과 영원한 생명을 은혜로 주신다는 것입니다.”
성례는 복음 약속의 눈에 보이는 거룩한 표와 인이다
첫째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은, “성례는 복음 약속의 눈에 보이는 거룩한 표와 인”이라고 하였습니다. 성례는 하나님께서 제정하신 것인데, 복음 약속(복음, 은혜 언약, 언약)의 거룩한 표와 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의 절대적인 주권을 따라 택하신 자들을 구원하실 것을 작정하셨고 그 작정을 우리에게 언약의 형태로 말씀하여 주셨습니다. 그 하나님의 말씀이 기록된 것이 바로 성경입니다. 성경(복음)이 우리에게 약속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구원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구원하시겠다는 이 복음 약속을 우리에게 말씀으로 선포하여 주셨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언약을 세우시는 것으로 멈추지 않으시고 그 복음 약속을 우리로 하여금 더욱 굳게 믿고 확신하게 하시려고 복음 약속의 눈에 보이는 표와 인을 제정하여 주심으로써 그 약속을 반드시 지키실 것을 거듭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예를 들면, 하나님께서는 노아 홍수 후에 노아와 언약을 맺으셨습니다(창 9장). 이것을 가리켜 노아 언약이라고 부릅니다. 하나님께서는 다시는 사람으로 말미암아 땅을 저주하지 않을 것이라고 노아에게 약속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이 지상에서 성취될 때까지, 즉 하나님께서 택하신 자들이 모두 지상에서 태어나서 복음을 듣고 한 사람도 빠짐없이 구원을 받게 되는 일이 마칠 때까지, 다시는 물로 이 땅과 모든 피조물들을 심판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런 후에 하나님께서는 그 언약의 증거로 하늘의 구름 사이에 무지개를 두셨습니다. 이 무지개는 자연 현상 중 하나로 뜻 없이 있게 된 것이 아니라 언약의 증거로 하나님께서 하늘 위에 두신 것이었습니다. “증거”로 번역된 히브리어 “오트”는 구약성경에서 “언약의 표징”으로 주로 번역되는 단어입니다(창 17:11, 출 3:12, 31:12 참조). 그래서 우리는 비가 온 후에 하늘에 커다란 무지개가 떠오른 것을 볼 때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이 땅을 다시는 노아 홍수 때와 같은 큰 홍수로 잠기지 않게 하실 것이라는 그 약속을 상기하고 거듭 신뢰할 수 있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약속하신 후에, 그 약속의 증거(징표, 약조물)로서 눈에 보이는 무지개를 하늘 위에 크고 높게 띄워주셨습니다. 그것은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하는 하나님의 의지의 담보물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성례를 통해 복음 약속을 우리에게 훨씬 더 충만하게 선언하고 확증하신다
둘째로, “성례가 시행될 때, 하나님께서는 복음 약속을 우리에게 훨씬 더 충만하게 선언하고 확증하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성례를 통해 복음 약속을 말로만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표와 인(약조물)으로 우리의 손에 쥐어주시고, 우리의 몸에 물을 뿌려주시고, 우리의 입으로 확실히 맛보게 하심으로써, 복음이 우리에게 약속한 내용들이 과연 참되며 확실하다는 것을 보다 더 충만하게 선언하고 확증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성례를 제정하여 주신 것은 하나님의 말씀 자체에 부족함이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성례를 제정하여 주신 것은 우리의 연약을 인해서, 그리고 우리의 유익을 위해서 주신 것입니다. 우리가 세례를 받고 성찬에 부지런히 참여하는 것은 이 성례가 주는 유익이 심히 크기 때문입니다.
구약의 성도들도 언약의 표로서의 성례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구약의 대표적인 성례는 할례와 유월절 만찬입니다. 구약 성도들은 할례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아브라함과 맺으신 언약의 내용을 늘 상기하고 바라보고 확신하게 하셨습니다. 구약의 성도들은 할례를 몸에 받아서 그 표를 몸에 지니고 눈으로 볼 때마다 하나님의 복음 약속, 은혜 언약을 하나님께서 친히 이루실 것을 늘 바라보고 기억하고 신뢰하고 확신하면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언약의 내용을 늘 잊지 않고 생각하고 그 언약을 이루실 것을 바라보고 믿도록 하셨습니다. 또한 유월절 만찬을 통해서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애굽에서 구원해 주신 은혜를 생각하면서,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에 대해 감사하면서 하나님의 구원을 바라보게 하셨습니다.
마찬가지로, 세례의 물과 성찬의 떡과 성찬의 포도주는 우리에게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대로 우리를 구원하시되, 그리스도의 피로 말미암아 우리의 죄를 씻어주시고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는 분이심을 보다 더 충만하게 선언하고 확증해 줍니다. 또한 성례를 가리켜 인(도장, seal)이라고 하였습니다. 중요한 문서에는 항상 도장이 또 찍혀 있지 않습니까? 하나님께서는 그의 말씀에 도장을 찍어주듯이 성례를 통해서 그의 복음 약속을 우리에게 더욱 확인시켜 주십니다. 성례는 복음 약속을 확인하고 확증하고 보증하는 도장입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제사 때문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죄 사함과 영생을 주신다
셋째로, 그렇다면 복음이 우리에게 약속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66문답은, 성례가 나타내고 있는 복음 약속의 핵심적인 내용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이 약속은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위에서 이루신 단번의 제사 때문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죄 사함과 영원한 생명을 은혜로 주신다는 것입니다.” 복음이 우리에게 약속하고 있는 핵심은 한마디로 우리의 구원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구원을 좀 더 자세히 풀어서 설명하면,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제사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죄 사함과 영원한 생명을 은혜로 주신다는 것입니다. 죄 사함과 영원한 생명! 이것이 복음 약속의 핵심입니다.
세례의 물은 우리가 그리스도의 피로 죄 씻음을 받는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보다 더 충만하게 선언하며, 성찬의 떡과 포도주는 그리스도께서 나를 위하여 살 찢고 피 흘리심으로써 우리를 먹이고 살려서 영생으로 인도하는 분이신 것을 보다 더 충만하게 선언합니다. 성경(복음 약속)은 모두 다 우리의 구원에 관한 말씀이지만, 그 내용이 상당히 다양하고 방대합니다. 하지만 그 핵심은 그리스도와 그의 십자가의 제사이며, 그로 인한 우리의 죄 사함과 영원한 생명입니다. 성례는 바로 그 복음 약속의 핵심을 우리의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선언하고 확증해 줌으로써 우리의 믿음과 감사를 더욱 굳세게 해줍니다.
하나님께서는 복음에서 우리에게 약속하신 것들이 참되다는 것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입으로 먹을 수 있도록 성찬을 제정하여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가 어떻게 구원을 얻었으며, 우리가 구원 받은 자로서 받아 누리는 복과 은혜가 무엇인지를 성례에서 늘 다시금 확인하고 상기하게 됩니다. 성례를 통해 우리는 귀로 들은 복음 약속을 우리 영혼에 보다 더 충만하게 선언하여 주시고 확증하여 주시는 은혜를 늘 구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연약한 믿음을 굳세게 하시고, 우리의 연약한 몸과 영혼을 강건하게 해주시기를 구하면서 성례의 자리로 나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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