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2:1-11
10월 31일은 16세기 종교개혁 운동의 시작을 알렸던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이 게시되었던 사건을 기념하는 종교개혁 기념일입니다. 우리는 종교개혁의 정신을 이야기할 때, 보통 “다섯 개의 솔라(five solas)”, 곧 “오직 성경(솔라 스크립투라), 오직 은혜(솔라 그라치아), 오직 믿음(솔라 피데), 오직 그리스도(솔루스 크리스투스),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을(솔리 데오 글로리아)”을 말합니다. 그중에서도 “이신칭의” 교리로 대변되는 “오직 믿음”은 종교개혁의 정신을 가장 대표하는 교리입니다. 성경에서 “믿는다”는 동사(피스튜오)나 “믿음”이라는 명사(피스티스)가 가장 많이 사용된 책은 로마서나 갈라디아서가 아니라, 놀랍게도 요한복음입니다. 신약성경 전체에서 “믿는다”라는 동사, “믿음”이라는 명사, 또는 “믿는”이라는 뜻의 형용사는 총 605번 사용되었는데, 그중에서 요한복음에서만 101번이나 사용되었습니다. 따라서 요한복음은 신약성경 중에서 그 어떤 책보다도 믿음의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도 요한은 자신이 요한복음서를 기록한 목적은 이 복음서를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려고”, 그래서 그의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기 위함이라고 분명하게 밝혔습니다(요 20:30-31). 사도 요한은 그리스도이신 예수님의 영광을 직접 목격한 증인으로서,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려고”, 그래서 이 복음서를 읽는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고 그 이름을 힘입어 생명(영생)을 얻게 하려고 요한복음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므로 요한복음은 종교개혁 기념일을 앞두고 있는 오늘 주일에 그 어떤 책보다 잘 어울리는 책입니다.
그리스도의 영광을 보라
요한복음은 예수님이 “그리스도”이신 것을 믿게 하기 위해서 기록된 책입니다. 따라서 요한복음의 주제는 그리스도의 영광입니다. 요한복음의 모든 장은 예수님의 영광에 대해서 증거하면서, 우리에게 예수님이 구주이신 것을 믿을 것을 끊임없이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요한복음을 읽을 때에 예수님에게 집중해야 하고, 예수님의 영광이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주목해야 합니다. 우리는 요한복음에서 여러 다양한 도덕적 교훈, 실천적 교훈들도 얻을 수 있겠지만, 우리는 무엇보다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로서의 예수님의 영광을 보려고 해야 합니다. 요한복음의 핵심은 그리스도로서의 예수님의 영광입니다.
요한복음은 크게 세 부분(서론: 1장, 본론: 2-11장, 결론: 12-21장)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의 서론과 본론과 결론은 모두 나름의 특징을 가지고 예수님의 영광을 증거하면서 우리에게 예수님이 그리스도이신 것을 믿어서 영생을 얻으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먼저 요한복음의 서론인 요한복음 1장은 주로 예수님의 여러 호칭들을 소개함으로써 그리스도의 영광을 증거하였습니다. 요한복음 1장에 기록된 예수님의 대표적인 호칭은 말씀(로고스), 하나님의 어린 양, 메시아(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 사람의 아들(인자), 그리고 이스라엘의 임금입니다. 요한은 이러한 예수님의 호칭들을 통해서 예수님께서 그리스도이신 것, 곧 그리스도로서의 예수님의 영광을 우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요한복음의 본론인 2-11장은 예수님의 공생애 기간 동안 예수님께서 나타내 보여주신 그리스도로서의 영광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이 단락은 예수님이 공생애 기간 동안에 행하신 표적들(기적들) 일곱 개를 모두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단락은 예수님의 이적들과 함께 예수님의 특별한 말씀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요한복음에는 예수님께서 자신을 가리켜 “나는 .... 이다”라고 하신 말씀(‘I am sayings’)이 일곱 개 기록되어 있는데, 일곱 말씀 중에 다섯 말씀이 본론 단락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말씀들을 통해서 예수님은 자신이 바로 구약성경에서 약속된 바로 그 그리스도이심을 분명하게 가르쳐 주시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님이 행하신 이적들과 예수님의 여러 말씀들을 통해서 그리스도로서의 예수님의 영광이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에 대해서 주목해야 합니다.
요한복음의 결론인 12-21장은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 사건을 집중적으로 기록합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행하신 일들 중에 가장 크고 놀라운 일, 곧 죄인들을 위하여 십자가에 달려 죽임을 당하신 것과 사망의 권세를 이기시고 사흘 만에 부활하신 일을 보게 됩니다. 이것이 가장 찬란한 그리스도의 영광입니다. 또한 이 결론 단락은 예수님께서 잡히시기 전 마지막 유월절 자리에서 해주셨던 긴 강론의 말씀과 기도(14-17장)를 포함하여 여러 말씀들을 기록함으로써 그리스도로서의 예수님의 영광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요한복음은 한편으로는 예수님의 영광을 보여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예수님을 우리의 구주로 믿도록 우리를 부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 우리의 구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를 믿을 때에 우리에게 영생이 주어집니다. 영생이 곧 구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요한복음서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복음서에서, 더 나아가 신약성경에서, 아니 신구약의 모든 성경에서 그리스도를 보아야 합니다. 모든 성경이 예수님의 영광을 보고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믿도록 기록되었습니다.
종교개혁자들의 모토는 “오직 믿음”만이 아니었습니다. “오직 그리스도”가 먼저 있어야 “오직 믿음”도 있습니다. 그리스도가 계시기 때문에 우리가 그를 믿음으로 영생을 얻고 구원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직 그리스도”는 종교개혁 신학의 구심점이며 종교개혁의 나머지 네 “솔라”의 중심입니다(스티븐 웰럼, [오직 그리스도], 9). 나머지 네 솔라는 오직 그리스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모든 “성경”은 그리스도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참된 “믿음”은 오직 그리스도를 우리의 유일한 구원자로 믿는 믿음입니다. 우리의 구원은 전적으로 그리스도 안에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우리를 그리스도 안에서 택하신 은혜이고 독생자이신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값없이 보내주신 은혜입니다. 또한 행위가 아니라 믿음으로 구원 얻도록 하신 것이 “전적 은혜”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리스도와 그가 우리에게 가져다주신 구원을 인하여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만” 돌립니다.
그리스도를 믿어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성경이 말하는 참된 믿음은 언제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이며,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의 결과는 영생입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요 3:16)고 하셨습니다. 요한복음은 구구절절이 예수님을 말하고 예수님을 증거합니다. “예수”라는 이름은 신약성경 전체에 908번 사용되었는데, 그중에 요한복음에만 244번 기록될 정도로 예수님에 대한 요한복음의 강조는 압도적입니다. 요한복음은 예수님의 말씀과 예수님의 행하심, 특별히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에 대해 증거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를 믿게 만들고 그리스도를 바라보게 만들고 그리스도를 중심하게 만듭니다.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기적 사건의 결론도 “제자들이 그를 믿으니라”(요 2:11)입니다. 성경이 말하는 참된 믿음은 언제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입니다.
그러므로 요한복음이 증거하고 있고 제시하고 있는 그리스도를 바라보십시오. 요한복음을 통해서 우리 모두 그리스도의 영광을 더욱 밝히 보고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로 믿는 믿음에 이르게 되기를 소원합니다. 우리 가운데 아직 그리스도의 영광을 밝히 보지 못한 분들이 있다면, 그리스도의 영광을 밝히 보고 예수님을 믿는 믿음에 이르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만일 여러분이 이 믿음을 이미 받았다면,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영광을 보여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우리에게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을 주신 것에 감사할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의 찬란한 영광을 더욱 밝히 보고, 더욱 분명하게 알고, 더욱 바르게 믿을 수 있게 해주시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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