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문 열왕기상 19장 1~18절
읽을말씀
“그러나 내가 칠천 명을 이스라엘에 남겨 놓을 것인데, 이들은 모두 바알에게 자기 무릎을 꿇지도 않고, 그에게 입을 맞추지도 않은 사람들이다.”(열왕기상 19장 18절).
열왕기상 18장은 엘리야 사역의 절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1) 엘리야는 혼자서 무려 850명의 바알과 아세라 선지자들과 싸워 이겼고, 2) 그중 바알 선지자 450명은 죽임을 당했습니다. 나아가 3) 하나님은 3년간의 가뭄을 종식시키시고 비를 내려 주셨습니다.
여호와와 엘리야의 승리로 결판났으니, 아마 엘리야는 기대했을 것입니다. 이제는 아합과 이세벨이 회개하고 이스라엘 백성 역시 하나님께로 돌아올 것을 말입니다. 그러나 현실을 전혀 달랐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여전히 하나님께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바알 숭배자인 이세벨 왕비는 엘리야의 생명을 거두겠다고 위협하였습니다.
도리어 더 악화된 현실을 보면서, 엘리야는 좌절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엘리야는 호렙 산으로 도망하였습니다. 그는 더 큰 본질과 근원이신 하나님께로 되돌아갔습니다. 먼저, 하나님은 지쳐 있는 엘리야에게 천사를 보내셔서 음식(숯불에 구운 떡과 물)을 주시고, 그를 위로하셨습니다. 그리고 아직 그에게는 선지자로서 감당해야 할 길(소명)이 있음을 알려 주셨습니다.
엘리야는 하나님께 자신이 이제까지 했던 모든 수고가 아무런 열매를 거두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말하였습니다. 이에 하나님은 엘리야에게 나타나셨습니다. 처음에는 크고 강한 “바람”이 산을 가르고 바위를 부수었고, 바람 후에는 “지진”이 있었으며, 지진 후에는 “불”이 있었습니다. 이후 “세미한 소리”가 났습니다. 이 소리는 공명하는 침묵이었으며, 하나님은 이러한 침묵 가운데 엘리야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엘리야는 바람, 지진, 불과 같은 파괴적인 힘 속에서 하나님께서 임재하기를 바랐습니다. 갈멜 산에서 여호와의 불이 떨어졌던 것처럼, 모세에게 위대한 능력을 주셨던 것처럼, 자신에게도 그와 같은 능력을 허락해 주시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에게 그런 능력을 주시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은 침묵 가운데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엘리야에게 새로운 소명을 주셨습니다. 그것은 1) 하사엘에게 기름을 부어 아람의 왕이 되게 할 것과 2) 예후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왕이 되게 할 것이었으며, 3) 또 엘리사에게 기름을 부어 선지자로 삼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엘리야는 아무런 열매를 거두지 못하는 자신의 사역에 대하여 절망하였습니다. 자신에게 더 큰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바알 숭배와 아합 왕조를 진멸하고 이스라엘을 심판하는 일은, 엘리야가 할 수 있는 일의 한계 안에 있지 않았습니다.
이제 하나님은 다음 세대를 세워, 이스라엘을 심판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엘리야가 아닌 앞으로 세워질 이스라엘 왕(예후)과 이방 왕(하사엘)을 통해 아합 왕조를 심판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엘리야가 했던 모든 일은, 또 다른 선지자 엘리사에게로 넘겨질 것입니다. 비록 이 모든 일이 이루어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하나님은 그분의 기뻐하시는 뜻을 따라, 그분의 모든 계획을 확실히 이루실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심판 속에서도, 하나님은 바알에게 입 맞추지 않은 자 7천 명을 남기실 것입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듣는 자들로서, 하나님은 그들을 통해 하나님의 역사를 이끄실 것입니다.
인간의 눈으로 볼 때, 엘리야의 사역과 인생은 실패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에게는 다릅니다. 바알 숭배가 극성을 부리고, 악인들이 역사를 주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모든 것조차 하나님의 손아래 있습니다. 하나님은 선지자뿐만 아니라 이방 왕들을 통하여도 그분의 뜻을 따라 역사를 이끌어 가시는 분입니다.
우리는 기대하기를, 하나님께서 큰 바람과 지진과 불 가운데서 나타나셔서 큰 일을 행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침묵 가운데 나타나시며, 그 음성을 듣는 자들을 통해 하나님의 일을 행하십니다. 때로 그 일은 우리의 눈으로 볼 때 너무나 오래 걸리기도 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를 위하여 많은 수고를 하지만, 혹 어떤 경우에는 아무런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영원하신 분입니다. 영원하신 하나님께는, 모든 것이 영원한 현재입니다. 하나님은 영원으로 매순간 우리의 시간 속에 침투하셔서 일하시는 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결과들에 절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계속해서 이어지는 다음 세대를 양육하고 가르쳐야 합니다. 언약의 자녀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그리함으로, 모든 언약의 자녀들이 견고하게 자라나고, 하나님이 주신 소명을 따라 살면서, 지키시고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 나라의 역사를 경험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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