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하신지요. 이번 주간은 고난주간이었고, 내일은 부활절입니다. 지난 화요일(4월 4일)에는 서울모테트합창단 제123회 정기연주회가 있었습니다. 서울모테트합창단은 올해 창단 35주년을 맞아서 마스터피스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평소에 접하기 힘든 대작들을 선정하여 내년까지 총 여섯 작품을 연주하기로 하였는데, 그 첫 번째 순서로 바흐(J. S. Bach, 1658-1750)의 [마태수난곡(Mätthaus-Passion]이 연주되었습니다. 1729년 4월 15일에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 교회에서 바흐에 의해 직접 초연되었던 이 작품은 6명의 솔로와 2개의 합창단을 필요로 할 정도의 대작으로, 연주 시간만 3시간에 육박합니다. 바흐의 [마태수난곡]은 마태복음 26-27장에 기록된 예수님의 고난에 대한 기사들을 주된 가사로 삼고 있으며, 총 78곡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마태수난곡]은 1부와 2부로 나누어지는데, 1부는 예수님이 체포되기까지의 기록을 담고 있는 마태복음 26장 1-56절의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고, 2부는 예수님이 체포되신 후 재판과 죽임을 당하시고 장사되시기까지의 기록을 담고 있는 마태복음 26장 57절부터 마태복음 27장 마지막 절인 66절까지의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마태수난곡의 모든 곡들이 다 귀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연주회 내내 저는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에 대한 한 편의 설교를 듣고 있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객석에 앉아있었습니다.
[마태수난곡]의 1부가 시작될 때, 예수님의 역할을 맡은 베이스 독창자가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너희도 알 듯이 이틀이 지나면 유월절이라. 인자가 넘겨져서 십자가에 못 박힐 것이다”(마 26:1-2)(2번 곡). 그러자 합창단이 제자들을 대신해서 합창합니다. “사랑의 예수시여, 도대체 무슨 죄를 지으셨기에 그토록 잔혹한 판결을 받으셨나이까? 대체 무슨 죄를, 어떤 잘못을 범하셨다는 말입니까?”(3번 곡) 그리고 가룟 유다가 예수님을 은 삼십에 팔기로 하고 예수님을 넘겨줄 기회를 엿보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유월절을 준비시키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르시기를 “성 안 아무에게 가서 그에게 이르되 선생님 말씀이, 내 때가 가까웠으니 내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을 네 집에서 지키겠다 하시더라 하라”(15번 곡)고 하셨습니다. 제자들이 예수님의 분부대로 유월절을 준비하고 저물 때에 열 두 제자들과 함께 앉으셔서 유월절 만찬을 잡수실 때에, 예수님은 다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중에 한 사람이 나를 팔리라”(15번 곡). 그러자 제자들은 몹시 근심하면서 서로 “주여, 저입니까?” 하고 저마다 물었습니다. “주여, 저입니까(Herr, bin ich’s)?”라고 합창단의 각 파트는 예수님께 한 동안 다그치듯 묻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바흐는 이어지는 16번 곡인 합창곡에서 이렇게 노래하도록 하였습니다. “나입니다. 내가 지옥에서 손발이 묶이고 벌을 받아야 했습니다. 채찍질과 결박과 당신께서 견뎌내신 것을 나의 영혼이 당해야 마땅합니다.”
연주회가 끝난 뒤에도 이 16번 곡의 코랄은 유난히 제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이것이 “나입니다. 내가 지옥에서 손발이 묶이고 벌을 받아야 했습니다! 채찍질과 결박과 당신께서 견뎌내신 것을 나의 영혼이 당해야 마땅합니다!” 고난주간을 마치고 부활주일의 아침을 기다리는 오늘 저녁, [마태수난곡]을 들으시며 하루를 마무리하시는 것은 어떨까요? 참고로 독일어 가사와 우리말 가사가 자막으로 처리되어 있는 서울모테트합창단의 연주회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기에 목회편지와 함께 링크로 올려드립니다. 지난 화요일 영상도 유튜브에 좀더 좋은 화질로 올라와 있기는 하지만 우리말 자막 처리가 되어 있지 않기에, 비록 2009년에 연주된 영상이지만 소리는 손색이 없고 우리말 자막과 함께 볼 수 있어서 2009년도 연주회 실황을 소개합니다. 평안하고 복된 저녁 시간 되시기를 소원합니다.
2023년 4월 8일
양의문교회 담임목사 김준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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