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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Lee Juman

5월 목회편지



평안하신지요. 이번 주 화요일(2024년 4월 30일) 정오에, 양의문교회 모든 성도들이 오랫동안 위하여 기도하였던 이상임 집사님께서 긴 투병 끝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습니다. 이상임 집사님은 가장 힘들고 괴로운 눈물골짜기를 오랫동안 지나오셨지만, 그 누구보다 힘차게, 그 누구보다 밝게, 그 누구보다 빛나게, 순례의 길을 걸으며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우셨습니다. 저는 이상임 집사님의 장례를 집례하면서, 하나님께서 한 사람의 신앙적 삶을 통해서 얼마나 많은 일을 하시며 얼마나 아름답게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시는지를 더욱 밝히 보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저는 문득 에녹을 떠올렸습니다.


성경에는 수많은 믿음의 사람들이 기록되어 있는데, 에녹(Enoch)도 그중 한 사람입니다. 성경에는 에녹에 관한 기록이 매우 적습니다. 성경에서 에녹이 등장하는 곳은 창세기 5장과 히브리서 11장, 그리고 유다서 정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에녹이 실제로 어떤 삶을 살았는지 거의 알지 못합니다. 에녹은 그리 오래 살지도 못했습니다. 아담의 칠세손이었던 에녹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900세 이상을 살던 시대에 365년만을 살았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에녹에게 특별한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창세기는 에녹의 삶을 “하나님과 동행한 삶”이었다고 증언했습니다(창 5:21-24). 하나님과 동행하였다는 것은 말 그대로 하나님을 늘 마음의 중심에 모시고 살았음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은 어디에나 계시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하나님을 모시고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닙니다. 에녹은 항상 하나님을 생각했고 하나님을 사랑했고 하나님 앞에서 살았고 하나님과 함께 길을 걸었습니다. 에녹의 마음에는 항상 하나님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나님의 임재를 의식하고 하나님 앞에서 생각하며 행하는 삶이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입니다.


히브리서는 에녹의 삶을 “하나님을 기쁘시게 한 삶”이었다고 증언합니다(히 11:5-6). 그는 하늘로 옮기우기 전에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자라 하는 증거를 받았습니다. 믿음으로 사는 삶이란 간단합니다.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든, 어떤 결정을 내리든, 어떤 말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내가 이렇게 생각하고 내가 이렇게 결정하는 것을 하나님께서 참으로 좋아하시고 기뻐하시겠나?” 하는 이 하나의 질문에 대해 바르게 응답하는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믿음으로 사는 삶이란 곧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입니다.



유다서는 에녹의 삶을 두고 말하기를 패역한 시대에 하나님의 심판을 경고하고 복음을 전했던 삶이라고 증언합니다(유 14-15절). 에녹의 시대는 점점 죄가 이 세상에 관영해지고 있던 시대였습니다. 바로 그런 시대에 에녹은 경건치 않은 자들의 경건치 않게 행하는 일들과 말들을 책망하면서, 장차 온 세상에 임할 하나님의 심판을 증거하였습니다. 에녹은 어떤 방식으로 그 패역한 시대에 선지자 역할을 한 것입니까? 여러 방식으로 에녹은 그 시대를 영적으로 일깨우고 각성시키기 위하여 여러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일들을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한 가지, 에녹은 자기의 자녀들을 철저하게 하나님의 말씀으로 가르치고 양육함으로써 선지자의 역할을 했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에녹은 노아의 증조부입니다. 에녹은 365년을 살면서 65세에 아들 므두셀라를 낳았고, 므두셀라는 187년에 노아의 아버지 라멕을 낳았습니다. 따라서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하면서 살아가던 300년의 마지막 113년은 손자 라멕과 함께 살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라멕은 182세에 노아를 낳았기 때문에, 에녹은 노아를 직접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에녹은 자기 아들 므두셀라와 손자 라멕을 신앙으로 잘 양육했던 것이 분명합니다. 에녹은 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는 심판 사상을 자녀손들에게 분명하게 가르쳤고, 그러한 가르침을 받은 므두셀라와 라멕은 노아에게도 같은 교훈을 주었을 것입니다. 노아는 갑자기 땅에서 솟아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노아의 뒤에는 아버지 라멕이 있었고, 라멕의 뒤에는 할아버지 므두셀라가 있었고, 므두셀라의 뒤에는 증조부 에녹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에녹은 므두셀라와 라멕에게 장차 임할 하나님의 심판을 증거함으로써, 훗날 노아를 통해서 온 세상, 전 역사에 증거될 하나님의 심판을 미리 증거하였던 것입니다. 에녹은 그렇게 하나님의 선지자로 살았습니다.


이상임 집사님은 여러 면에서 에녹을 닮았습니다. 일찍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던 것도 그렇고, 영적으로 어둡고 패역한 시대를 살았다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그런 속에서도 믿음으로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았다는 점에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을 살았다는 점에서, 그리고 가정을 믿음으로 세우고 자녀들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양육하며 복음의 증인의 삶을 살았다는 점에서, 이상임 집사님은 에녹을 꼭 닮았습니다. 집사님은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늘 하나님을 생각했고, 하나님을 삶의 중심에 모시고 살았고, 하나님 앞에서 살았습니다. 에녹이 옮기우기 전에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자라 하는 증거를 얻었던 것처럼, 이상임 집사님도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집사님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집사님의 마음은 어떻게 하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했던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이상임 집사님은 자녀들을 말씀과 신앙으로 양육하는 삶을 부지런히 살았습니다. 집사님은 하나님의 말씀을 누구보다 사모하였고, 친구들과 이웃들, 그리고 병실에서 만나게 되는 환우들에게도 부지런히 전도했습니다. 하나님의 복음 약속을 전했고 우리 앞에 있는 하나님의 심판을 증거함으로써 복음의 증인이 되어 에녹과 같이 선지자의 삶을 살았습니다.



에녹이 그러하였듯이, 이상임 집사님도 이제 하나님이 데려가셔서 하늘로 옮기워지셨지만, 집사님은 “죽었으나 그 믿음으로써 오히려 말하고”(히 11:4) 있습니다. 이상임 집사님은 우리에게 삶에 임하는 신자의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 죽음에 임하는 신자의 자태는 어떠해야 하는지도 잘 보여주었습니다. 눈물골짜기를 어떻게 통과해야 하는지 그 좋은 본도 우리에게 잘 보여주었습니다. 이상임 집사님은 이제 눈물골짜기를 지나 마침내 시온에 이르렀습니다(시 84:5-7). 이제 우리들의 차례입니다. 우리들도 남은 순례의 길을 하나님과 동행하며,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며, 우리의 가족들과 이웃들을 복음으로 일깨우는 복음 증인의 삶을 살다가 아버지의 집으로 옮기워지는 복된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2024년 5월 4일

양의문교회 담임목사 김준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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