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바람이 조금 불던 날, 교회 뒤 인왕산 숲길을 걸었습니다. 청명한 하늘과 맑은 공기와 선선한 바람이 참 좋은 날이었습니다. 평소에도 자주 걷던 익숙한 길이었지만, 그날따라 모든 것이 소름 돋을 정도로 새롭고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특별히 그날 제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산속에 가득한 “소리(sound)”였습니다. 산을 걷다 보면 고요한 산중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여겨져도 산은 전혀 조용하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됩니다. 산속에 들어가서 걷다 보면 얼마나 많은 소리들이 들리는지 모릅니다.
산은 본래 조용한 곳입니다. 그러나 그 조용한 산속에 조용히 앉아있노라면 산은 얼마나 많은 소리들로 가득한지 모릅니다. 바람이 불면 나뭇가지들과 이파리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솨 하는 웅장한 소리를 냅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들이 도랑을 이루어 흘러내려가면서 또로롱 또로롱 하는 소리를 냅니다. 비라도 내리게 되면 빗방울이 나뭇가지와 바위에 떨어지면서 얼마나 요란한 소리를 만들어내는지 모릅니다. 산속의 짐승들은 또 어떻습니까? 그들은 저마다 독특한 소리를 냅니다. 새들은 끊임없이 지지배배 지저귀며 소리를 냅니다. 딱따구리의 나무 쪼는 딱딱 소리, 산비둘기의 구구 소리, 소쩍새의 으쩍쩍 하는 소리, 참새들의 짹짹 하는 소리… 새들의 소리들만 모아놓아도 요란합니다. 하다못해 모기들도 앵앵 소리를 냅니다. 심지어 가장 소리를 내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돌들도 소리를 냅니다. 작은 돌들이 이리저리 부딪히고 구르며 소리를 내기도 하고 때로는 바위가 무너지면서 엄청난 굉음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만물은 쉴새없이 소리를 내고 소리를 발합니다.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하나님은 왜 그들로 하여금 소리를 내도록 하셨을까요? 숲길을 걸으며 시편의 말씀들을 떠올렸습니다. “해와 달아 찬양하며 광명한 별들아 찬양할지어다. 하늘의 하늘도 찬양하며 하늘 위에 있는 물들도 찬양할지어다… 산들과 모든 작은 산과 과목과 모든 백향목이며 짐승과 모든 가축과 기는 것과 나는 새며 세상의 왕들과 모든 백성과 방백과 땅의 모든 사사며 청년 남자와 처녀와 노인과 아이들아 다 여호와의 이름을 찬양할지어다. 그 이름이 홀로 높으시며 그 영광이 천지에 뛰어나심이로다”(시 148:3-4, 9-13). 시편 기자는 만물들을 향해 소리 높여 여호와를 찬송하라고 말씀합니다. “온 땅이여 하나님께 즐거운 소리를 발할지어다”(시 66:1). 만물들의 소리는 여호와를 찬송하는 즐거운 소리입니다. 성경은 그들이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하나님을 찬송하고 있는 것이며 하나님의 영광에 대하여 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씀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들로 하여금 수많은 청아한 소리를 발하도록 하셔서, 우리가 그들을 보고 배우도록 하셨습니다.
우리는 소리를 내고 있습니까? 우리는 하나님께 즐거운 소리를 발하고 있습니까? 그리스도의 아름다움을 찬송하며 하나님의 영광을 찬송하는 웅장한 소리를 내고 있습니까? 신록이 점점 짙어지는 6월을 맞이하며, 여러분들도 잠시 일상을 멈추고 숲길을 걸으며 산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입술과 우리 가정과 우리 교회가 언제나 이런 즐거운 소리로 가득하게 되기를 소원합니다.
2021년 6월 5일
양의문교회 담임목사 김준범 드림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