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을 읽고 묵상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께 말씀을 잘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은혜 주시길 기도합시다. 그리고 오늘의 말씀을 읽으십시오. 본문을 읽고 난 후 아래 해설을 읽습니다.
하나님의 집
출애굽기 25-31장은 시내산에서 하나님이 모세에게 말씀하신 내용입니다. 하나님이 거하실 성막을 지으라고 하시며 그 성막을 어떻게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 아주 자세히 말씀해주십니다. 한 신학자는 “출애굽기는 건축으로 시작해서 건축으로 끝난다”(레이하르트)라고 말했는데요. 출애굽기 1장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애굽에서 바로의 성을 건축하는 노예였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런 이스라엘을 구원하시고 언약으로 자기 백성을 삼으신 후에 이제는 하나님의 집을 지으라고 하십니다. 애굽에서와 같이 노예가 주인을 위해 짓는 집이 아닙니다. 결혼 언약을 통해 부부가 된 하나님과 이스라엘이 함께 거할 신혼집을 짓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가장 먼저 명령하신 것은, 이 집을 짓기 위해 이스라엘 백성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예물을 가져오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2절). 3-7절은 그 재료가 소개되는데 하나같이 비싸고 귀한 것들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무거운 부담을 주시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바로는 재료를 주지 않고 벽돌을 만들라고 명령하며 학대하였지만, 하나님께서는 이 좋은 것들을 먼저 풍성하게 주시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나님꼐 드리라고 하십니다. 출애굽기 12장 35-36절을 보면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 사람들에게 은혜를 입게 하셔서, 그들이 구하는대로 애굽의 물품을 가지고 나올 수 있게 하셨습니다. 성막의 재료로 사용되는 보석, 염색된 실, 가죽, 향품 등은 광야에서는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귀한 것들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먼저 풍성하게 주셨고, 그렇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하나님께 드릴 수 있었습니다.
귀한 재료들로 만들 하나님의 집은 ‘성소’(8절)와 ‘장막’(9절)이라 불립니다. 성소는 거룩한 처소라는 의미이고, 장막은 거주하는 집을 의미합니다. 거룩하신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백성 가운데 거하시기 위해 집을 지으라고 하십니다. 여기서 우리는 성막의 두 가지 측면을 생각해야 합니다. ‘성소’로서의 성막은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께서 거룩하신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장막’으로서의 성막은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먹고 마시며 사는 집으로, 우리와 친밀하게 교제하시는 하나님을 강조합니다. 하나님의 임재는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두려운 하나님과의 동행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친밀한 하나님과의 동행입니다.
증거궤와 속죄소
하나님께서 가장 먼저 만들라고 하신 것은 증거판(십계명)을 넣을 궤(나무상자), 곧 증거궤입니다. 궤는 가로 112cm, 세로 67cm, 높이 67cm의 직사각형 모양이고, 조각목(아카시아나무)로 만든 후에 금으로 칠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 가장 먼저 증거궤를 만들라고 하신 것에서 증거궤의 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즉 증거궤는 성막의 한 곳을 차지하는 가구 정도가 아니라, 증거궤를 보존하기 위해 성막이 필요한 것입니다. 증거궤가 이렇게 가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 안에 들어가는 내용이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만들라고 하신 것은 속죄소입니다. 증거궤의 뚜껑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놀랍게도 속죄소는 전체가 순금으로 만들어집니다. 자체의 가치를 놓고 보면 속죄소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속죄소가 단순히 증거궤의 뚜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22절을 보면, 하나님께서 속죄소에서 모세와 만나 주시고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명할 모든 것을 말씀해주시겠다고 하십니다. 즉 속죄소는 하나님이 앉으시는 보좌입니다. 성막에 하나님께서 거하시는데, 특별히 지성소 안에, 속죄소 위에 하나님께서 임재하십니다. 그래서 우리말 성경에 보면 속죄소에 각주가 있어서 시은좌(은혜를 베푸는 보좌)라고 번역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속죄소라고 말하는 이유는 1년에 한 번 속죄일에 대제사장이 이스라엘의 죄를 속하기 위해 지성소에 들어가 속죄소 위에 피를 뿌렸기 때문입니다. 그 의미에 대해서는 나중에 레위기에서 조금 더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진설병을 두는 상
진설병은 ‘진열해 놓은 떡’이란 의미입니다. 진설병을 두는 상은 떡을 올려두는 상인 것이지요. 증거궤와 마찬가지로 아카시아나무로 만들고 금으로 칠했습니다. 30절에 보면 “상 위에 진설병을 두어 항상 내 앞에 있게 할지니라”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을 항상 하나님 앞에 두라고 하신 이유는 레위기 24장 7-8절에서 찾을 수 있는데요. 진설병을 ‘기념물’, ‘언약’이라고 말합니다. 진설병 상은 출애굽기 24장에서 하나님께서 언약을 맺으신 후에 모세와 아론, 나답, 아비후, 이스라엘 70장로들이 하나님을 뵈며 함께 먹고 마셨던 일을 기념하기 위한 것입니다. 본래 진설병이란 말의 원어의 의미는 ‘얼굴 앞의 떡’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먹는 떡이라는 의미입니다. 이것은 언약 백성들이 하나님 앞에 나아가 하나님과 함께 먹고 교제하는 언약적 관계의 의미를 잘 가르쳐 줍니다.
등잔대
등잔대는 히브리어로 “메노라”인데 영어로 번역할 때도 Menorah로 음역하여 표기합니다. 등잔대는 정금으로 만들어졌고, 나무 모양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 용도는 빛을 비추는 것이지요. 등잔대는 진설병을 두는 상과 관련하여 이해할 때 그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대제사장 아론은 등잔의 불빛이 그 앞을 비추게 해야 했는데요(민 8:1-4). 등장 불빛이 비치는 그곳은 열두 개의 진설병이 놓여 있는 상이었습니다(레 24:5-9). 간단히 말하면, 등잔대 불빛은 생명을 주는 하나님의 임재와 하나님의 복된 영광을 표상하며, 상 위에 차려 놓은 12개의 떡은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상징합니다. 즉 하나님의 백성들이 하나님의 임재의 빛 아래에서 거하며 하나님의 복을 누리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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