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을 읽고 묵상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께 말씀을 잘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은혜 주시길 기도합시다. 그리고 오늘의 말씀을 읽으십시오. 본문을 읽고 난 후 아래 해설을 읽습니다.
안식일 규례
출애굽기 35-40장은 출애굽기의 마지막 단락입니다. 성막이 모세의 감독 아래서 하나님이 주신 설계도대로 정확히 완성되었고, 여호와 하나님께서 그분의 장막에 거하시려고 영광스럽게 임하신 일을 말해줍니다.
출애굽기 35장은 안식일 규례로 시작합니다. “또 안식일 이야기야?”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네요. “이제 ‘중요한 말씀이라 반복하는거야’라고 말하겠지?”라고 그 다음 대답까지 짐작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그냥 읽고 지나치는 것보다 이런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말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또 안식일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지요.
(1) 성막을 짓는 방법에 대한 말씀이 안식일 규례로 끝났었다는 것(31:12-17) 기억나시나요? 모세가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성막을 짓기 시작하려고 할 때에도 안식일 규례로 시작합니다. 그 사이에 어떤 사건이 있었지요? 이스라엘이 금송아지를 섬겨서 언약이 깨졌다가 다시 회복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이스라엘의 범죄로 (매우 무례하게) 중단되었지만, 하나님께서 다시 범죄 이전 시점으로 돌아가셔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씀을 이어가시는 것처럼 보이지 않나요?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시되, 정말 없었던 것처럼 다시 기억하지 않으십니다.
(2) 성막을 짓기 전에 짧게 안식일 규례를 반복하여 강조한 이유가 또 있습니다. 예상된 답처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왜 중요하냐면 이제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성막을 건축하는 중요한 일을 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안식일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예배하고 하나님과 교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심지어 하나님의 집을 짓는 이 중요한 일도 예외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거듭해서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애굽에서 바로는 안식이 없는 노동을 강요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안식하라고 강요하십니다. 왜 그렇습니까? 우리는 하나님의 선하심을 누리며 하나님을 찬송하는 복된 존재로 창조된 것이지, 노동만 하는 노예로 창조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3) 35장의 문맥에서 생각해 볼 때, 2-3절의 안식일 규례는 시간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라는 말씀으로 이해할 수 있고, 4-29절은 소유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라는 말씀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30-35절은 우리의 재능(은사)에 대한 주권도 하나님께 있음을 말씀해 줍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시간, 소유, 재능을 주시는 분이시고, 그에 대한 주권도 가지고 계십니다.
마음에 원하는 자들
모세는 하나님께서 백성들에게 명한신 것을 전합니다. “너희의 소유 중에서 너희는 여호와께 드릴 것을 취하되 무릇 마음에 원하는 자는 그것을 가져다가 여호와께 드릴지니”(5절)라고 했는데요. 이어지는 목록(5-9절)을 보면 금, 은, 보석에 온갖 귀한 것들 뿐입니다. 이 모든 것들은 성막을 짓기 위해 필요한 재료들이었지요. 또 10절에서는 “너희 중에 마음이 지혜로운 자는 와서 여호와의 명하신 것을 다 만들지니”라고 하십니다. 이어지는 내용(11-19절)을 보면 마음이 지혜로운 자란 성막을 짓기 위한 각종 기술자들을 의미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물질과 재능을 하나님을 위해 드리라고 말씀하십니다. 본문은 우리가 하나님께 드리는 것, 곧 헌상의 원리를 잘 가르쳐 줍니다.
(1) 소유 중에 있는 것을 하나님께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없는 것을 만들어 오라거나, 빚을 내서라도 가져오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이미 살펴본대로 하나님께서는 오랜 세월 애굽에서 종노릇하던 이스라엘의 밀린 임금을 한 번에 받게 하셨습니다. 10번의 재앙 후에 애굽에서 나올 때 애굽 사람들에게 온갖 보물들을 받아서 나오게 하신 것이지요. 하나님께서는 평생 노예로 살던 백성들에게 자유를 주셨을 뿐만 아니라 풍성한 재물도 주셨습니다. 그렇게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신 것들 중에서 하나님께 드리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주시는 분이십니다. 우리가 아무리 많은 것을 하나님께 드렸다 해도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에 비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모든 것이 하나님께 받은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2) 마음에 원하는 자가 그것을 하나님께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니 하나님 마음대로 억지로 가져가시지 않고, 우리의 마음에 원하는 것을, 원하는 만큼 하나님께 드리라고 하십니다. ‘마음에 원하는’이라고 번역된 말은 “넉넉하고 관대한 마음”이란 뜻입니다. 이런 마음은 죄인의 본성이 아니지요. 은혜받은 사람에게만 있는 넉넉함입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얼마나 큰 은혜를 베푸셨는지 아는 사람만이 넉넉하고 관대한 마음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하나님을 위해 드릴 수 있습니다.
(3) 모세의 말을 들은 백성들은 물러갔다가 마음에 감동된 자, 자원하는 자들이 예물을 가져와서 하나님께 드리기 시작합니다. 29절은 백성들이 즐겁게 여호와께 드렸다고 말하지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하나님께서 먼저 우리에게 풍성하게 주셔서, 넉넉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드리라고 하실 때, 우리는 자원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하나님께 드리게 됩니다. 이런 사실을 생각할 때,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고 누리는 때는 하나님께 받을 때가 아니라 하나님께 드릴 때입니다. 받기만 할 때에는 원래 내 것인 것처럼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드릴 때 ‘하나님께서 내게 정말 풍성하게 주셔서 내게 주신 것들 중에서 하나님께 드릴 수 있게 하셨구나’라고 깨닫게 되는 것이지요.
(4) 이 모든 것들은 물질뿐 아니라 우리의 재능, 은사에도 적용됩니다. 우리에게 이러한 재능을 주신 분도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본문은 더 나아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재능과 은사로 하나님을 위해 섬기고자 할 때 부족함이 없도록 성령님께서 충만하게 역사하시고, 필요한 지혜와 총명과 지식을 공급해 주신다고 말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지금도 주님의 몸된 교회를 세워가시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은사를 주시고, 교회을 위해 섬기게 하십니다. 교회의 직분과 여러 봉사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비록 우리는 부족하지만 주님의 부르심을 따라 기쁘게 순종할 때, 성령님께서 충만하게 역사하셔서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지혜롭게 맡겨주신 직무와 봉사를 감당하게 하실 것입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이 기쁜 마음으로 하나님의 집을 짓기 위한 예물을 드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더 많은 재물도, 더 뛰어난 능력도 아니었습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이미 풍성하게 베푸신 은혜를 깨닫는 마음입니다. 이 마음이 바로 자원하는 마음, 넉넉한 마음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을 때 비로소 우리는 자기를 위하여 우상에게 바쳤던 재물과 재능을 하나님을 위해 드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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