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을 읽고 묵상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께 말씀을 잘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은혜 주시길 기도합시다. 그리고 오늘의 말씀을 읽으십시오. 본문을 읽고 난 후 아래 해설을 읽습니다.
레위기 1-7장에서 다섯 가지 제사에 관하여 말씀하시고, 이제 8-10장에서는 제사장에 관하여 말씀하십니다. 8장은 제사장 위임식, 9장은 위임 받은 제사장에 의해 드려지는 첫 번째 제사, 10장은 잘못된 제사에 대한 엄중한 경고에 관한 말씀입니다.
제사장 위임식
어떤 일이 있을 때 그 일에 꼭 필요한 사람이 있습니다. 아플 때 가장 필요한 사람은 의사이고, 불이 났을 때 가장 필요한 사람은 소방관입니다. 평소에는 잘 생각하지 못하다가도 이렇게 큰 일을 당하게 되면 이런 분들이 참 고마운 분들이라고 생각하게 되지요. 그러면 범죄한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제사장입니다. 죄인에게는 하나님과 죄인 사이에서, 죄인의 죄사함을 위해 제사를 드리는 제사장이 꼭 필요합니다. 이렇게 제사장은 이스라엘 온 백성들에게 꼭 필요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제사장은 온 회중들 앞에서 공적으로 임명하는 위임식을 가졌습니다.
2절에서 하나님께서는 아론과 그 아들들을 부르십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택하여 제사장으로 세우신 사람들이지요. 이들과 함께 제사장 위임식에 필요한 의복과 관유, 그리고 제사로 드릴 제물들으 함께 가져오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온 회중을 회막문에 모았습니다. 이스라엘 백성 전체가 모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마도 이스라엘 백성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모였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공적으로 온 백성 앞에서 제사장 위임식이 진행이 됩니다. 8장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말이 ‘여호와께서 명하신 대로’입니다. 성막을 지을 때도, 제사를 드릴 때에도, 그리고 제사장의 위임식도 여호와께서 명령하신 대로 수행해야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순종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신앙의 제1원칙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제 8장의 제사장 위임식의 순서와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1) 먼저 아론과 그 아들들을 물로 씻겼습니다(6절).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하는 예식을 통해서 제사장은 영적으로 청결해야 한다는 것, 즉 제사장이 먼저 죄를 씻어내서 깨끗하게 되어야 함을 보여줍니다. 하나님께서 제사장들에게 죄사함을 위한 제사를 집행하도록 했지만, 그들 역시 죄인이었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먼저 자신의 죄를 깨끗하게 해야 했습니다.
(2) 씻긴 다음에는 아론과 아들들에게 옷을 입혔는데, 성막과 함께 제작한 제사장의 예복입니다. 7-9은 아론이 입은 대제사장의 예복에 대해 말해주는데요. 푸른 겉옷과 12보석으로 장식된 흉패 등 굉장히 아름다운 예복이었습니다. 머리에는 관을 썼고, 거기에는 여호와께 성결이라는 글씨가 있는 패를 붙였습니다. 우리가 제복을 입은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대제사장의 예복도 그렇습니다. 대제사장의 직분이 얼마나 존귀하고 영광스러운지를 잘 보여줍니다.
(3) 이렇게 깨끗하게 씻기고 거룩한 예복을 입힌 후에, 10절을 보면 관유를 취해 성막 안에 있는 모든 것에 발라 거룩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관유를 아론의 머리에 부어 거룩하게 하였습니다. 향기로운 기름을 부어 거룩하게 하는 것은 성령님의 임재와 관련이 있습니다. 구약성경에서는 특별히 세 직분을 맡은 사람들에게 기름을 부었는데, 바로 제사장, 선지자, 왕이었습니다. 이 직분은 하나님의 백성에게 매우 중요한 직분이었고, 이 직분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성령님의 임재와 능력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4) 이렇게 준비가 끝나고 위임식이 시작됩니다. 3번의 제사를 드리는데요, 이때 모세가 제사장의 역할을 하였고, 아론과 그 아들들은 일반 백성들처럼 제사자로 나왔다는 것이지요. 여기서 우리는 중보자로서 모세의 자리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모세는 이스라엘을 이끈 지도자이면서, 하나님께서 너와 같은 한 선지자를 세우겠다고 하신 것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 백성을 가르친 선지자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말씀을 통해서 그는 이스라엘의 첫 대제사장을 임명하는 제사에서 제사장이었습니다. 이렇게 모세의 중보자 직분은 특별히 예수 그리스도의 직분을 예표합니다. 모세보다 더 우월하신 예수님께서는 모세보다 더 뛰어난 선지자요, 아론보다 더 우월한 제사장이 되십니다. 모세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전해주었다면, 예수님은 하나님으로서 말씀하십니다. 아론은 먼저 자기의 죄를 속한 후에 백성들을 위해 제사를 드릴 수 있었고, 그 제사는 불완전하여 매번 반복되어야 했지만 죄가 없으신 그리스도께서는 단번에 영원한 십자가의 제사로 하나님의 백성의 모든 죄를 완전하게 해결해주셨습니다.
(5) 첫 번째 제사는 속죄제입니다. 속죄제는 죄로 더러워진 성막을 정결하게 하는 제사이지요. 성막에서 처음 제사가 드려졌기 때문에, 성막에 들어온 죄인들로 인해 오염된 것들을 정결하게 하기 위해 속죄제를 먼저 드렸습니다. 두 번째 제사는 번제입니다. 아론과 그의 아들들은 숫양의 머리에 안수하여 모든 죄를 떠넘겼고, 죄로 인해 완전히 불살라지는 번제를 지켜보았습니다. 세 번째 제사는 화목제였는데, 일반적인 화목제와 달리 특이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모세가 화목제물의 피를 취하여 아론과 그 아들들에게 각각 오른쪽 귓부리와 오른손 엄지손가락, 오른발 엄지발가락에 발랐다는 것이지요.
이와 비슷한 예가 레위기 14장 14에 나옵니다. 문둥병 환자가 정결케 되었음을 확인받기 위해 제사장에게 나왔을 때 ‘완전히 깨끗해졌고 회복되었다’라는 표시로 이렇게 피를 발랐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한 주석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제사장은 항상 하나님의 거룩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성별해야 했고, 언제나 거룩한 행동을 하기 위해 손을 성별해야 했으며, 늘 거룩한 길을 걷기 위해 발을 성별해야 했다.” 이 모든 제사의 의미를 종합하면, 속죄제로 아론과 그 아들들의 죄로 인해 더러워진 성막을 깨끗하게 하고, 번제에서 그들의 죄를 전가받은 제물이 완전히 태워지고, 화목제에서 그들이 이제 깨끗하게 되어 하나님의 일을 감당할 수 있게 되었음을 확인하였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6) 끝으로 30절에서 모세는 관유와 단 위의 피를 취하여 아론과 그의 옷, 아론의 아들들과 그들의 옷에 뿌려 거룩하게 하였고, 그 후에 화목제물을 성막에서 함께 먹었습니다. 이 위임식은 7일 동안 진행되었는데요(33절). 출애굽기 29:35-37을 볼 때, 오늘 살펴본 이 절차가 7일 동안 매일 반복해서 드려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위임식이 진행되는 7일 동안 그들은 회막문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죄가 얼마나 뿌리 깊고 심각한지를 보여줍니다. 7일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숫자입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기를 마치시고 안식하신 날이 7일입니다. 즉 완성의 의미가 있는데, 우리의 뿌리 깊은 죄가 완전히 해결되고 나서야 이 일을 감당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위임식의 제사는 완전한 속죄를 강조합니다. 죄를 완전히 해결받아야 제사장으로 섬길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죄가 하나도 없으셨기에 대제사장의 직분을 완벽하게 수행하실 수 있었습니다. 죄와 허물이 많은 우리도 그리스도의 피로 완전한 죄 용서를 받았기 때문에 제사장으로서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남아있는 죄로 인해 범죄할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제사를 드릴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스도의 완전한 십자가 제사에서 흘리신 보혈의 공로를 의지하여 회개하면 됩니다.
8장은 이렇게 죄와 허물이 많은 우리를 부르셔서 거룩한 제사장으로 삼아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잘 보여줍니다. 아론은 모세가 시내산에서 하나님께 성막을 어떻게 지을지 듣고 있을 때, 백성들과 함께 금송아지를 만들고 제사하는 심각한 죄를 지었습니다. 비록 하나님께서 아론을 택하셨지만, 아론 스스로 생각할 때에도 그렇게 하나님을 배반하고 우상을 만들어 섬긴 큰 죄를 지은 자신이 대제사장을 할거라 생각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은혜로우시고 자비로우신 하나님께서는 가장 크게 범죄한 죄인도 부르셔서 씻기시고, 용서해주셔서 가장 거룩한 하나님의 대제사장으로 삼아 주셨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이지요. 나같은 죄인을 우리 주님께서 구원해 주시고 왕같은 제사장으로 삼아주셨습니다. 이 얼마나 크고 놀라운 은혜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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