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을 읽고 묵상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께 말씀을 잘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은혜 주시길 기도합시다. 그리고 오늘의 말씀을 읽으십시오. 본문을 읽고 난 후 아래 해설을 읽습니다.
우리의 유일한 중보자 예수 그리스도
이스라엘의 계속되는 원망과 불평, 불신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변함 없는 신실함으로 언약을 이루어 가십니다. 11-14장은 이스라엘의 반복되는 죄와 실패를, 15장은 하나님의 신실한 은혜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민수기 16-18장은 같은 주제가 반복되면서 죄인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이 단락은 고라 무리의 반역 사건으로 시작됩니다.
이 사건은 열 두 정탐꾼의 악평으로 온 회중이 하나님 거슬렀던 것과 비견될 만한 심각한 죄입니다. 민수기 16장은 크게 두 개의 반역 사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요. 고라 무리의 반역 사건(1-40절), 그 영향으로 온 회중이 반역하는 사건(41-50절)입니다.
고라 무리의 반역의 본질은 모세와 아론의 직분과 권위에 대한 도전이었습니다. 고라는 고핫 족속 사람으로 모세와 아론의 사촌이기도 했습니다. 고핫 족속은 레위 지파 안에서도 성소의 기구를 운반하는 중요한 직무를 수행하는 가문이었고, 고라는 그런 고핫 족속의 지도자였습니다. 고라의 반역에 르우벤 지파와 이스라엘의 유명한 지도자들 250명이 동참했습니다.
고라와 250명의 지도자들이 요구했던 것은 아론의 제사장 직분이었습니다. 모든 회중이 각각 거룩하고 하나님께서 회중과 함께 하시는데 모세와 아론만 특별한 사람처럼 스스로 높이지 말라고 합니다. 즉 우리도 제사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한편 르우벤 지파에 속한 다단과 아비람은 모세의 지도력에 대한 불만으로 이 반역에 동참하였습니다. 12절을 보면 모세가 그들을 부르러 사람을 보내자 거부합니다. “네가 부르면 우리가 가야하냐?”라는 태도이지요. 더 나아가 13-14절을 보면 그들은 애굽 땅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 하면서 모세가 왕 노릇이 하고 싶어서 우리를 광야로 데리고 나와 죽게 만든다고 비난합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인도한다더니 광야에서 이 고생만 하고, 결국 광야에서 방황하다가 죽게 될 것이라는 말씀에 대한 반항입니다.
고라와 무리들의 반역은 표면적으로는 모세와 아론을 향하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하나님을 향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론을 선택하시고 아론과 그의 후손만 제사장의 직분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씀하신 분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모세도 마찬가지이요.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건져내셔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인도하겠다고 말씀하신 분은 모세가 아니라 하나님이십니다.
고라는 고핫 족속으로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중요한 직무가 있었는데, 그 직무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특별해 보이는 제사장의 직무를 원했습니다. 르우벤 지파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네가 이스라엘의 장자 지파인데 지도자는 모세와 아론이 하고, 진영과 행군에서도 유다 지파가 장자 지파의 자리에 서는 것이 못마땅했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세우신 권위와 질서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래서 하나님의 뜻을 거스려서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얻겠다는 것이 이 반역 사건의 본질입니다.
모세는 고라와 250명의 지도자들에게 하나님께서 누구를 제사장으로 택하셨는지 보여주겠다며 각각 향로를 가지고 성소 앞으로 와서 아론과 함께 분향하게 합니다. 분향은 오직 제사장만 할 수 있는 직무이고, 제사장이라도 하나님께서 명하신 대로 하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직무였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택하신 자는 하나님께서 가까이 나아오게 하실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죽임을 당할 것입니다. 모세의 제안은 매우 두려워해야 할 것으로 고라와 250명의 지도자들에게 돌이키라는 경고이기도 했습니다.
고라가 회중을 성막 앞으로 모아 모세와 아론을 거스를 때 하나님께서 영광 중에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 회중을 순식간에 멸하려 하십니다. 모세와 아론이 하나님께 기도하자, 하나님께서는 회중을 고라와 다단과 아비람의 장막에서 떠나게 하라고 하시지요. 회중이 떠나고 다단과 아비람과 그의 가족들만 장막 앞에 있을 때, 땅이 갈라져서 그들과 그들의 모든 소유를 삼켜 버렸습니다.
이 특별한 심판은 지금까지 행한 모든 일이 모세가 임의로 행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행하게 하신 것이고, 하나님께서 모세를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세우셨다는 것의 증거였습니다(28-30절). 하나님이 세우신 직분자를 대적하는 것은 곧 하나님을 대적하고 멸시하는 것으로, 15장에서 말씀하신 용서받을 수 없는 죄였습니다. 한편 회막 앞에서 분향하려는 고라와 250명의 지도자들도 여호와께 나온 불로 소멸되어 버립니다. 하나님께서 아론을 택하시고 거룩하게 하셔서 제사장으로 삼으셨음을 분명하게 보여주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론의 아들 엘르아살에게 명하여 모든 향로를 수거하여 불은 쏟아내게 하십니다. 비록 향로를 들고 나온 사람들은 범죄하여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였지만, 하나님께 바쳐진 향로는 거룩하게 되었기 때문에, 그 향로를 펴서 번제단을 감싸게 하셨습니다. 이것은 제사를 드리러 나오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대대로 기념물이 되었는데요. 바로 아론 자손이 아닌 다른 사람은 결코 제사장이 되어 분향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하루 사이에 엄청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다음날 또 다른 반역 사건이 일어납니다. 온 회중이 모세와 아론에게 와서 “너희가 여호와의 백성을 죽였다”고 원망하며, 모세와 아론을 치려 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너무나도 분명하게 그들의 행위가 죄악임을 보여주시고 심판하셨는데, 회중은 그들을 여호와의 백성이라 부르며 오히려 모세와 아론을 공격합니다. 백성들이 모세와 아론을 치려할 때, 이번에도 하나님께서 영광 가운데 나타나셔서 백성들을 치십니다.
그러자 모세가 아론에게 말하지요. 서둘러서 향로를 가지고 제단의 불을 넣어 분향하여 백성들의 죄를 속죄하라고 합니다. 본래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속죄를 위해서는 속죄제사를 드려야 했지만, 하나님께서 순식간에 그들을 멸하시려고 전염병을 일으키신 긴급한 상황이었기에 이런 방식으로 속죄를 하게 되었습니다. 분향은 희생제사에 기초하여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를 상징하는데요. 비록 비상 상황이었지만 모세는 번제단의 불을 향로에 넣어 분향하게 함으로 희생제사에 기초하여 죽어가는 죄인들을 위해 속죄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급하다고 해서 모세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고 하나님이 세우신 제사장 아론에게 이 중보의 역할을 하게 합니다. 아론이 달려가 속죄한 자리는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가 되었습니다. 마치 산불이 번지듯 죽음이 번져가는 곳에 아론이 뛰어들오 온 몸으로 막아내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민수기 16장이 분명하게 강조하는 교훈 한 가지는 아론의 제사장 직분입니다. 오직 하나님께서 택하신 사람만이 하나님과 죄인을 중보하는 제사장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세우신 특별한 지도자인 모세도 그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오직 아론과 그의 후손만이 하나님이 세운 제사장이라는 사실이 이토록 중요하게 강조되는 이유는 이 직분이 우리의 유일한 중보자요, 우리를 위해 하나님께서 택하시고 세우신 대제사장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하는 직분이기 때문입니다. 오직 예수님만이 하나님과 죄인 사이에 서서 죽어가는 죄인이 죄 용서를 받아 생명을 얻게 하시는 유일한 중보자이십니다. 들불처럼 거세게 번지는 죽음은 오직 그리스도의 십자가 앞에서 힘을 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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