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을 읽고 묵상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께 말씀을 잘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은혜 주시길 기도합시다. 그리고 오늘의 말씀을 읽으십시오. 본문을 읽고 난 후 아래 해설을 읽습니다.
남편이 아내에게, 아버지가 혼인 전 딸에게 대한 규례
민수기 30장은 내용상 서원(제)에 관한 규례입니다. 하지만 16절은 본문이 서원 자체보다 남편과 아내, 아버지와 혼인 전 딸에 관한 것이라고 말해줍니다. 따라서 우리는 본문에서 서원의 관한 교훈 뿐만 아니라 가정의 질서에 관한 교훈을 받을 수 있습니다.
29잘 39절은 이스라엘의 제의력에 관한 규례를 마무리하면서, 서원제나 낙헌제 외에 절기에 드릴 제사에 관한 규례임을 밝혔습니다. 본문은 이 ‘서원제’에 대한 보충설명입니다. 본문에서 말하는 서원에 관한 규례의 요지는 간단합니다. 하나님께서 서원, 서약한 내용은 꼭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여자의 경우 다양한 상황에 대한 규례들이 있는데요. 크게 네 가지 상황이 있습니다. 결혼하기 전 아버지의 보호 아래 있는 경우(3-5절), 아버지의 보호 아래 있을 때 서원을 했지만, 아직 성취하지 못하고 결혼을 하게 되는 경우(6-8절), 과부나 이혼 당한 여자의 경우(9절), 남편의 보호 아래 있는 경우(10-15절)입니다. 이 경우에도 요지는 간단합니다. 여자가 서원을 할 때 아버지나 남편이 말이 없으면 그대로 지켜야 하지만, 아버지나 남편이 허락하지 않으면 서원은 이루지 못하게 되고, 그때 서원을 이루지 못한 일을 하나님께서 사해 주신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들이 불편하게 생각될 수도 있겠습니다. 지나치게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떄문이지요. 그래서 이런 내용은 고대의 가부장적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일 뿐이고 우리와는 상관이 없다고 단정짓기 쉽습니다. 하지만 1절과 16절을 보면 이 내용은 하나님께서 명하신 율례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고대 가부장적 문화 속에 있는 이스라엘에게만 명령하신 말씀이 아니라 모든 세대, 모든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주시는 교훈이 있습니다.
먼저 본문은 하나님께서 세우신 질서에 대한 교훈을 줍니다. 1절을 보면 모세는 이 말씀을 모든 회중에게 전하지 않고, 지파의 지도자들에게 전합니다. 지도자들이 자신의 지파에 속한 백성들에게 가르치게 하신 것이지요. 16절은 이 율례는 남편과 아내의 질서, 아버지와 결혼하기 전 딸에 관한 것이라고 말해줍니다. 아버지나 남편이 더 우월하거나 특별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모든 면에서 동등한 사람이지만, 질서를 부여하신 것입니다. 이 사실을 가장 분명하게 가르쳐 주는 성경은 고린도전서 11장 3절입니다. “각 남자의 머리는 그리스도요 여자의 머리는 남자요 그리스도의 머리는 하나님이시라”라고 말씀하는데요.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삼위 하나님의 관계와 같다는 말씀입니다.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의 관계는 완전히 동등하시지만 또한 질서가 있는 관계입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하신 사람도 동등하지만 그 안에 질서를 정해주신 것이지요.
가부장적 문화는 여러 면에서 부정적으로 생각되기 쉽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버지와 남편이 하나님이 정해주신 질서를 바르게 사용하지 않고 악하게 사용하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가정의 질서는 이런 가부장적 문화와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그에 대한 실마리는 에베소서 5장 25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남편들아 아내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위하여 자신을 주심 같이 하라.” 가정에서 남편의 역할은 아내를 지배하고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입니다. 나쁜 남편은 지배와 억압도 사랑의 표현이라 말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사랑의 방법도 분명히 가르쳐 주십니다.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위해 자신을 내어주신 것같이 사랑하라는 것이지요. 여기에는 어떤 지배와 억압도 없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사랑이 있을 뿐입니다. 성경이 말하는 질서는 고대 근동의 가부장적 문화는 다릅니다. 왜냐하면 성경은 한결같이 하나님을 이스라엘의 아버지, 남편으로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성경이 말하는 가정의 질서를 따르는 아버지와 남편의 롤모델은 선하시고 신실하신 하나님입니다.
오늘 서원에 관한 규례도 이와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아내와 딸은 남편과 아버지를 신뢰하여 자신의 서원과 서약이 합당하고 가능한 것인지 물을 수 있고, 남편와 아버지는 사랑으로 아내와 딸을 위해 이 일을 함께 결정합니다. 하나님께 서원하고 서약한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15절은 남편이 나중에 아내의 서원을 무효하게 할 경우, 그 죄의 책임을 남편이 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남편이 져야 할 책임입니다. 놀라운 사실은 우리의 남편이신 예수님께서는, 예수님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불신실함으로 지은 죄에 대한 모든 책임을 대신 지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신약시대에 와서야 드러난 사실이 아닙니다. 창세기 15장에서 하나님께서 아브라함과 언약을 맺으실 때, 쪼개진 짐승 사이를 홀로 지나가심으로 이 언약관계의 모든 책임을 지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즉 본문은 이렇게 우리를 사랑하신 선하신 아버지 하나님, 우리를 사랑해서 자신의 생명도 아끼지 않고 내어주신 예수님을 마음껏 신뢰해도 좋다고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