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을 읽고 묵상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께 말씀을 잘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은혜 주시길 기도합시다. 그리고 오늘의 말씀을 읽으십시오. 본문을 읽고 난 후 아래 해설을 읽습니다.
스스로 왕이 되려는 자의 비참함
사사기의 주제는 “그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각 그 소견에 옳은대로 행하였더라”(삿 21:25)는 말씀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기드온 이야기는 사사기 중심에서 이런 주제를 잘 드러내 줍니다. 그런 면에서 기드온 이야기는 사사기 내용 및 구조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7:22-23에서 백성들이 기드온과 그의 후손들이 우리를 다스려 달라고 요청합니다. 왕이 되어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기드온은 나와 내 아들이 아니라 하나님이 너희를 다스리신다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기드온의 행동은 말과 일치하지 못했지요. 그는 왕이 되지는 않았지만, 왕과 같이 살았습니다. 금으로 에봇을 만든 것은 자신을 하나님의 대리자로 생각하였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합니다. 하지만 기드온은 그래도 하나님이 이스라엘의 왕이라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기드온이 죽고 그의 아들인 아비멜렉은 하나님의 택하심도 없는데, 스스로 왕이 되고자 하였고, 악한 방식으로 왕이 됩니다.
7:30-31절은 기드온이 여러 아내들을 통해 낳은 70명의 아들과 세겜에 있는 첩을 통해 낳은 아들 아비멜렉을 구분합니다. 첩의 아들이었던 아비멜렉은 70명의 형제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의 이름의 뜻처럼(나의 아버지는 왕이다) 그는 아버지 기드온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고, 아버지처럼 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아비멜렉을 사사로도, 왕으로도 부르시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왕이 되고 싶었던 아비멜렉은 불량배들을 고용하여 70명의 형제들을 죽인 후에(막내 요담은 도망하여 살았음), 세겜과 밀로 사람들에 의해 왕이 됩니다. 하나님이 아닌 사람을 왕으로 섬기고 싶었던 사람들과, 스스로 왕이 되고 싶은 사람이 만난 결과입니다. 참고로 ‘왕으로 삼다’와 ‘통치한다’는 표현이 9장에서만 여러 번 나옵니다. 그 외에 이 표현은 이방 왕을 가리킬 때나, 그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었다는 표현에서만 언급됩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왕이신 이스라엘에서, 스스로 왕이 되려하는 아비멜렉은 이방 사람과 다름 없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아비멜렉의 형제 학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기드온의 막내 아들 요담은 세겜 땅이 내려다보이는 그리심 산 꼭대기에 올라가서 세겜 사람들을 향해 큰 소리로 이야기합니다. 요담의 이야기는 ‘나무 우화’로 시작합니다. 나무들이 자기들의 왕을 세우기 위해 나무들을 찾아 다닙니다. 훌륭한 나무라 할 수 있는 감람나무, 무화과나무, 포도나무를 찾아가 우리의 왕이 되어달라고 부탁합니다. 하지만 모두 거절하지요.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사명이 있고, 나를 부르신 자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자리를 버리고 내가 어떻게 나무들 위에서 요동하겠느냐고 합니다. 세 나무를 통해서 요담이 말하고 하는 교훈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하나님께서 왕이시고, 왕이신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맡기신 자리, 사명이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하나님이 부르신 자리를 버리고 왕이 되는 것은 ‘요동하는 것’입니다. 개역개정 성경은 ‘우쭐대는 것’으로 번역했는데요. 왕이 되었다고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자 나무들은 가시나무에게 왕이 되어달라고 합니다. 가시나무는 너희가 나를 왕으로 삼겠거든 내 그늘에 피하라(그늘도 없으면서)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불이 나와서 레바논의 백향목을 사르겠다고 하지요. 자기를 왕으로 세운 이상 자기 말을 듣지 않으면 불로 태워버리겠다는 위협입니다. 앞의 세 나무는 기드온과 그의 다른 아들들을 비유한다면, 가시나무는 아비멜렉을 비유합니다. 그 결과 아비멜렉에게서 불이 나와 세겜과 밀로 사람들을 사를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비멜렉이 이스라엘을 다스린지 3년이 지나고 세겜 사람들이 아비멜렉을 배반합니다. 이 일은 가알이라는 사람의 등장하여 아비멜렉에 대해 불평하고 세겜 사람들이 동조하는 모습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눈에 보이는 현상 이면에 하나님의 섭리가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비멜렉과 세겜 사람들이 행한 악이 그들 자신에게 돌아가도록 이 모든 상황을 사용하신 것입니다. 아비멜렉을 배반한 세겜 사람들은 아비멜렉에 의해 학살당합니다. 아비멜렉은 데베스를 정복하려다가 망대 위에 있는 여인이 던진 맷돌 윗짝에 맞아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아비멜렉과 세겜 사람들의 악을 그들의 머리에 갚으셨습니다. 55절은 소름끼칠정도로 냉담한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이스라엘 사람들은 아비멜렉이 죽은 것을 보고 각각 자기 처소로 떠나갔습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이지요.
사람을 왕으로 섬기려 하거나 스스로 왕이 되려할 때 우리의 삶은 비참하고 불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을 왕으로 섬기며 하나님이 허락하신 자리에서 내게 주신 삶의 열매를 맺는 것은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왕이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여 하나님과 이웃을 기쁘게 하는 우리가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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