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을 읽고 묵상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께 말씀을 잘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은혜 주시길 기도합시다. 그리고 오늘의 말씀을 읽으십시오. 본문을 읽고 난 후 아래 해설을 읽습니다.
왕이 되어가는 사사들
사사기 12장은 암몬 자손과의 싸움이 끝난 후에 있었던 한 가지 사건을 소개합니다. 기드온의 때처럼, 이번에도 에브라임 사람들이 전쟁이 끝난 후에 찾아와서는 왜 암몬 자손과 전쟁할 때 우리를 부르지 않았느냐며 따집니다. 단순한 불평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입다와 그의 집을 불로 사르겠다고 위협합니다. 에브라임이 입다의 상황을 알고 이런 표현을 사용하였는지 알 수 없지만, 입다에게는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을 것이 분명합니다. ‘집’이란 단어는 건물뿐 아니라 한 집안, 가족 등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입다는 아들이 없고 시집을 가지 않은 딸 하나만 있었습니다(11:34). 그리고 얼마 전 그는 하나뿐인, 그렇지만 집안의 전부였던 그 딸을 번제로(불에 태워) 죽게 만들었습니다. 에브라임의 이 위협은 입다를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입다는 말합니다. “우리가 암몬 자손과 싸울 때 너희를 불렀지만 너희가 도우러 오지 않았다. 그래서 너희의 도움 없이 내 생명을 돌아보지 않고 암몬 자손과 싸웠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승리를 주셨다. 그런데 이제와서 나로 더불어 싸우고자 하느냐!” 마지막 질문은 ‘암몬은 두렵고 나는 만만해 보이냐?’라고 묻는 듯 합니다. 마치 선전포고와도 같은 말을 내뱉은 후에 입다는 에브라임의 반응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그는 길르앗 사람들을 모아 에브라임과 싸웠고, 에브라임은 크게 패해 도망합니다. 길르앗 사람들은 도망가는 에브라임 사람들까지 막아서서 죽였는데요. 그 이유는 에브라임 사람들이 “길르앗 너희는 본래 에브라임에서 도망한 자들 아니냐, 너희는 에브라임에도 므낫세에도 속하지 못한 자들이다”(4절)라고 조롱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에브라임은 자신들의 말로 인해 비참하게 죽임을 당합니다. 이 싸움으로 죽은 에브라임 사람이 42,000명에 이르렀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을 구원하라고 세워진 사사가 오히려 하나님의 백성을 학살하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입다의 통치 기간은 지금까지 언급된 사사들의 통치 기간 중 가장 짧고, 성경은 그의 통치 기간에 평온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42,000명의 백성들의 피를 흘린 그의 통치가 이스라엘에 평화를 가져왔을리 없습니다. 이렇게 사사의 통치 기간 안에서도 이스라엘은 구원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게 됩니다.
에브라임과 길르앗의 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에브라임은 암몬과의 싸움에서는 나서지 않다가 자기 백성들에게는 위협과 조롱을 앞세우며 싸우고자 합니다. 한편 입다도 암몬과의 싸움 앞에서는 문제를 외교적이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해결하고 하였지만, 에브라임이 시비를 걸어올 때에는 참지 않고 싸웁니다. 공통점이 무엇인가요? 하나님 백성이 아닌 사람들과는 싸우기를 주저하고, 평화롭게 해결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백성을 대할 때는 서로에게 훨씬 가혹하게 대합니다. 관련하여 팀 켈러 목사님의 말을 인용합니다. “만일 우리가 세상과 좋은 관계로 있으려고 노력하는 것만큼, 교회 안에서 연합을 더 추구하고 받은 모욕을 그냥 간과하고 넘어간다면, 우리의 공동체들이 훨씬 덜 분열되고 훨씬 더 사랑이 넘칠 것이다.”
입다 이야기에 이어서 세 명의 사사들의 기록이 짧게 소개됩니다. 입산(8-10), 엘론(11-12), 압돈(13-15)이 그들입니다. 짧은 기록이지만,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마치 왕처럼 행세하며 권력을 누렸습니다. 입산의 경우 아들과 딸이 각각 30명이었는데, 딸들은 타국으로 시집을 보내고, 아들들을 위해서는 타국에서 아내로 삼을 여자들을 데려왔다고 말합니다. 왕들의 전형적인 모습이지요. 엘론은 스블론 사람으로 십년 동안 사사로 다스렸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기록이 없습니다. 역설적으로 그는 하나님의 백성들을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은 무능하고 게으른 사사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엘론이 묻힌 아얄론이란 성읍은 그의 이름을 따라 지어진 성읍으로 보이는데요. 이또한 그의 권력을 보여줍니다. 압돈은 40명의 아들과 30명의 손자가 있었고, 그들이 어린 나귀를 탔다고 합니다. 3대에 걸친 권력의 세습에 왕조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하나님 나라를 세우기 위해 주신 직분을 자기의 이익과 권세를 위하여 남용하는 모습에서 부패한 인간의 본성을 보게 됩니다. 이러한 자기중심성과 부패한 욕망이 우리 안에도 있습니다. 오늘도 이런 자신을 부인하고,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만을 따르게 해달라고 기도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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