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을 읽고 묵상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께 말씀을 잘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은혜 주시길 기도합시다. 그리고 오늘의 말씀을 읽으십시오. 본문을 읽고 난 후 아래 해설을 읽습니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포장된 우상을 섬기다
사사기 18장 1절은 “그 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었다”는 말로 시작하며, 앞의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생략되었지만, 18장의 이야기 또한 사람마다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는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단 지파는 하나님이 주신 기업을 정복하는 일에 실패하였습니다(삿 1:34). 그들은 힘들고 어려워도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길을 선택하기 보다 쉽고 편하게 자신들의 행복을 찾는 길을 선택합니다. 그들이 살만한 다른 땅을 찾아보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래서 용맹한 다섯 사람을 뽑아 온 땅을 두루다니며 정탐하게 합니다. 단 지파 사람들이 에브라임 산지에 있는 미가의 집에 오게 됩니다. 미가의 집은 에브라임 산지를 지날 때 꼭 거쳐야 하는 길목에 있었나 봅니다. 그들은 레위 소년이 거기서 제사장 노릇을 하고 있는 걸 알게 되고, 레위인에게 “하나님께 물어보아 우리의 행하는 길이 형통한가” 알려달라고 합니다. 레위인은 “평안히 가라 너희의 행하는 길은 여호와 앞에 있느니라”라고 축복하지요.
어떤 일을 행하기 전에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단 지파 사람들과 하나님의 이름으로 그들을 축복하는 레위인의 말은 무척 좋은 신앙의 모습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번지르르한 그들의 말에 속지 않아야 합니다. 우상을 섬기는 제사장과 하나님이 주신 기업을 떠나 스스로 살길을 찾아 떠난 단 지파 사람들의 입술에서 나온 “하나님”은 과연 누구인가 생각해 봐야 합니다. 필시 그 하나님은 그들이 ‘만들어낸 신’이지 참되신 하나님이 아닐 것입니다. “하나님이 금하신 일을 범하면서도 여호와의 이름을 언급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왜곡된 자기중심적 신앙”입니다(전성민).
레위인의 축복을 들은 다섯 사람이 미가의 집을 떠나 라이스라는 지역에 이르게 됩니다. 그곳은 한가하고 평화로워 보였고, 주변에 강한 민족도 없었습니다. 곧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도 자기들의 힘으로 정복할 수 있었고, 하나님 없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땅이었습니다. 정탐꾼들의 보고를 들은 단 지파는 600명의 군대를 보냅니다. 라이스로 가던 중 전에 정탐했던 다섯 사람은 미가의 집에 있었던 우상과 레위 제사장을 기억하고, 군대를 내세워 우상과 에봇과 드라빔을 빼았습니다. 그리고 레위인에게는 “네가 한 사람의 집의 제사장이 되는 것과 이스라엘 한 지파의 제사장이 되는 것 중 어는 것이 낫겠느냐” 판단하라고 합니다. 그것을 출세라 생각했을까요? 레위인은 기뻐하며, 자기 손으로 우상과 에봇과 드라빔을 정리하여 그 백성 중으로 들어갑니다.
15절은 다섯 사람이 미가의 집에 이르러 “문안했다”고 말하는데요. 문자적인 의미는 “그에게 평안(샬롬)에 관해 물었다”는 뜻입니다. 입술로는 평화를 말하지만, 힘을 내세워 미가의 우상과 제사장을 빼앗아 갑니다. 미가가 이웃 사람들을 모아 단 지파를 쫓아보지만, 결국 그들의 힘에 굴복하여 돌아섭니다. 우상을 만들고 레위인을 제사장으로 삼았으니 이제 여호와께서 복을 주실 것이라던 그의 기대와 달리, 미가는 그 모든 것을 잃어버립니다. 단 지파 사람들은 라이스에 이르러 평화롭게 사는 그 땅 백성들을 죽이고 그 땅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그 성읍을 단이라 이름 짓지요. 사사기의 저자는 여기서 충격적인 사실 하나를 폭로합니다. 베들레헴에서 온 레위인은 다름아닌 모세의 후손이었습니다. 혈통이 신앙을 보증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에 왕이 없었던 때, 즉 각 사람이 왕이 되어 자기 소견에 옳은대로 살아가던 시대는 약육강식의 세상이었습니다. 각자가 옳다고 생각하는대로 살아가는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옳고 그름’이 아닙니다. ‘힘’이었지요. 돈과 권력과 같은 힘이 최고의 가치였던 시대가 바로 사사시대였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믿는다는 사람들은 그것을 신앙의 언어로 그럴듯하게 포장했지요. 아무리 하나님의 이름으로 잘 포장해도 우상은 우상일 뿐입니다. 미가가 만든 우상과 종교는 미가를 구원할 수 없었습니다. 돈, 외모, 직업, 성공을 우상으로 삼으면서 하나님의 이름으로 잘 포장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모든 것들은 더 강한 힘을 가진 사람들 앞에서 무너지고 빼앗길 수 있는 것들이고, 죽음 앞에서 무의미해지는 것들입니다. 이 일로 미가가 이 사실을 깨달았다면, 그에게 오히려 큰 복이 되었을텐데요. 오직 하나님만이 우리를 구원하십니다. 누구도 우리에게서 하나님을 빼앗아 갈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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