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을 읽고 묵상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께 말씀을 잘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은혜 주시길 기도합시다. 그리고 오늘의 말씀을 읽으십시오. 본문을 읽고 난 후 아래 해설을 읽습니다.
함께 멸망으로 나아가는 이스라엘
사사기 결론 부분의 첫 번째 이야기(17-18장)에서 우리는 ‘미가’라는 한 개인의 집에서 시작된 우상숭배가 ‘단 지파’의 우상숭배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19-21장)에서는 한 집안에서 시작된 갈등(레위 사람과 첩의 갈등)이 어떻게 이스라엘 지파 간의 갈등(베냐민과 나머지 지파의 갈등)으로 이어지는지 보게 됩니다.
레위인은 참혹하게 죽임당한 첩의 시체를 열두 토막을 내서 이스라엘 각 지파로 보냅니다. 기브아 불량배들도 악하고 잔인했지만, 레위 사람의 행동 역시 잔인하고 자극적입니다. 이 참담한 현실에 이스라엘 사람들은 생각하고 상의한 후에 말하자고 합니다(삿 19:30). 그리고 이스라엘 온 땅에서 백성들이 한 사람처럼(일제히) 일어나 미스바에 모입니다. 사십 만명의 군대가 모였습니다. 이스라엘은 거기서 레위 사람에게 이 악한 일의 정황을 설명하라고 합니다. 레위인의 설명은 무척 자기중심적인데요. 자신의 잘못은 숨기고 기브아 사람들의 죄는 크게 보이도록 말합니다. 그는 기브아 ‘사람들’이 자신을 죽이고 첩을 욕보이려했다고 말합니다. 사실은 기브아 ‘불량배들’이, 레위인을 욕보이려 했지요. 그러면서 자신을 대신해 첩을 희생시킨 이야기는 하지 않고, 그들이 첩을 욕보여 죽게 했다고만 말합니다. 시체를 토막내어 보낸 엽기적인 행위도 이 음행과 망령된 일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그는 이 일을 행한 불량배들 뿐만 아니라 기브아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7절 참고).
이 이야기를 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은 ‘일제히’ 일어나 기브아로 향합니다. 그들이 행한 대로 징계하겠다고 말합니다. 이스라엘이 일제히(한 사람처럼, 1,8절) 일어나게 하였던 동기는 분노였습니다. 이스라엘은 자기의 형제 지파를 학대하고 압제하였던 대적과 싸울 때에는 이렇게 하나되어 일어나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형제 지파의 죄악을 징계하기 위해서는 쉽게 하나되어 달려옵니다. 형제의 필요와 도움에는 인색하고 형제의 죄와 문제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 모습이 우리의 모습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이스라엘이 조금 더 신중하고 객관적으로 진상을 확인하였다면 그들은 기브아 사람들 뿐만 아니라 레위 사람에게도 문제가 있고, 베냐민과 이스라엘 모든 지파에도 동일한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 끔찍한 사건을 통해 이스라엘이 정말 알아야 했던 것은, 우리가 하나님을 왕으로 섬기지 않고 자기 소견에 옳은대로 행하였기 때문에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그들이 가장 먼저 보였어야 할 반응은 누구도 예외가 없는 이 죄와 비참에 애통하고 회개하는 것입니다. 분노는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게 하고, 다른 사람의 죄와 문제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크게 생각하게 합니다.
이스라엘은 베냐민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었습니다. 이 악을 행한 불량배들을 우리에게 보내서 처벌하게 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베냐민 지파는 듣지 않고 오히려 이스라엘과 맞서 싸우려 합니다. 그들이 옳든 그르든 우리 가족, 우리 사람이니,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는 것입니다. 우리 민족, 우리 교회, 우리 가족 등등 “우리”가 우상이 된 것입니다. 기브아 불량배의 정욕으로 시작된 잔혹한 죄, 레위 사람의 냉담하고 자극적인 도발, 이스라엘의 쉬운 분노, 베냐민의 이기적인 고집은 결국 전무후무한 이스라엘의 내전으로 발전합니다.
사사기 서두에서 이스라엘은 누가 먼저 가나안 족속과 싸워야 할지 하나님께 물었습니다(1:1). 하지만 이제 그들은 누가 먼저 일어나 형제인 베냐민 지파와 싸워야 할지 하나님께 묻습니다. 두 번 다 하나님께서는 ‘유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가나안과의 싸움에서는 승리를 주신 하나님께서 베냐민과의 싸움에서는 패배하게 하십니다. 팀 켈러 목사님은 하나님이 마치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고 하였는데요. “가라, 그러나 나는 너희와 함께 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베냐민이 승리한 것도 아닙니다. 베냐민은 림몬 바위로 피한 육백 명만 살아남고 모두 죽임을 당합니다. 이스라엘은 마치 가나안 민족을 진멸하듯, 베냐민의 성읍과 가축과 만나는 자를 닥치는대로 죽이고 불살랐습니다. 원한과 분노는 불과 같아서 모든 것을 태웁니다.
이스라엘과 베냐민은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위해 싸웠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승리하지 못했습니다. 하나님은 그들 중 누구도 옳다고 인정하지 않으셨습니다. 이스라엘도 패했고, 베냐민도 패했습니다. 이 전쟁은 자기 소견에 옳은대로 살아가며, 하나님 보시기에 악을 행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심판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죄와 악을 하나님의 은혜로 막지 않으시고 내버려 두시면 자연스럽게 우리는 파멸을 향해 달려갑니다. 이것이 사사기가 주는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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