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말씀을 잘 읽고 깨달을 수 있도록 성령님의 은혜를 구하며 기도하고, 말씀과 해설을 읽습니다.
나의 뜻, 하나님의 뜻
세상의 역사를 이해하는 두 가지 차원이 있습니다. 먼저 인간의 차원입니다. 역사는 인간의 뜻과 욕망에 따른 결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지만 더 궁극적인 차원이 있습니다. 바로 하나님의 차원입니다. 모든 역사는 하나님의 작정과 섭리의 결과입니다. 오늘 사울 가문의 몰락도 그렇습니다. 인간의 야망과 갈등, 음모와 배반이 난무합니다. 사울 가문의 몰락은 악하고 무능한 사람들의 행위의 결과로 보입니다. 그러나 사울 가문의 몰락의 궁극적 원인은 하나님께서 “내가 사울을 버렸다”고 말씀하신 것에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섭리 가운데 사울의 집을 허무시고 다윗의 집을 세우셨습니다.
아브넬이 헤브론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이스보셋과 온 이스라엘이 놀랍니다. 아브넬의 영향력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아브넬이라는 기둥이 무너지자, 이스라엘이란 집도 붕괴하기 시작합니다. 본문은 사울 가문이 몰락하는 이유를 선명하게 가르쳐 줍니다. 첫째, 이스보셋의 무능력 때문입니다. 5절을 보면 그는 이 중요한 시국에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군대 장관이 죽었고, 모든 백성들이 불안해 하는 시국에 태연히 낮잠을 자고 있는 모습에서 이스보셋의 무능함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둘째, 기회주의자들의 배반 때문입니다. 이스보셋에게 두 명의 장군이 있었습니다. 레갑과 바아나인데, 둘은 베냐민 지파 출신의 형제입니다. 그들은 밀을 가지러 온체하며(6절) 왕궁에 들어와 한낮에 태연하게 자고 있는 왕을 죽이고, 그의 목을 베어 달아납니다. 무능한 왕과 간사한 신하들에 의해 사울의 집은 신속하게 무너졌습니다.
레갑과 바아나는 이스보셋의 목을 들고 밤새 달려 다윗에게 갑니다. 그리고 다윗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왕의 생명을 해하려 하던 원수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의 머리가 여기 있나이다. 여호와께서 오늘 우리 주되신 왕의 원수를 사울과 그 자손에게 갚으셨나이다”(8절). 조금 전까지 이스보셋의 편에서 다윗을 대적하던 자들이 다윗을 ‘우리 주’라 부르며, 자신들의 간사하고 비열한 배신을 여호와께서 행하신 일이라고 포장합니다. 다윗의 대답이 의미심장합니다. 먼저 다윗은 “내 생명을 여러 환난 가운데서 건지신 여호와의 사심을 가리켜 맹세한다”(9절)라고 말합니다. 다윗의 하나님은 사울의 손에서 다윗의 생명을 여러 번 건져주신 하나님이시지, 사울에게 복수하게 하시는 하나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너희가 믿는 하나님과 내가 믿는 하나님은 다르다는 말입니다. 이어서 다윗은 아말렉 소년이 자신의 손으로 사울을 죽였다고 말했을 때의 일을 이야기하며, 악인이 의인을 그 집 침상 위에서 죽인 것에 대해 어떻게 보응하지 않겠느냐고 말합니다. 이 일에 있어서 이스보셋은 무고하고, 레갑과 바아나는 악하다고 판결합니다. 자신의 유불리를 떠나 공의롭게 판단하였습니다. 다윗은 두 사람을 처형하고 이스보셋은 아브넬의 무덤 옆에 장사합니다.
앞서 역사의 두 가지 차원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레갑과 바아나는 인간의 차원을 앞세우며 하나님의 차원을 이용하였습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간사하게 배신해 놓고 하나님께서 다윗의 원수를 갚아 주신 것이라고 말합니다. 반면 다윗은 하나님의 차원을 앞세웁니다. 레갑과 바아나의 배신으로 사울의 집이 훨씬 빠르게 몰락하였고, 다윗에게 유리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자신의 유불리를 생각하지 않고, 하나님의 공의를 생각하여 레갑과 바아나를 처벌하였습니다. 다윗의 인생에 큰 죄와 여러 연약함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윗이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다윗은 자신의 뜻과 계획을 앞세우지 않고 하나님의 뜻과 계획을 신뢰하며 기다리는 사람이었습니다.
우리의 뜻을 합리화하기 위해 하나님의 뜻이라고 핑계대지 맙시다. 하나님의 뜻을 먼저 생각하며, 하나님의 뜻에 우리의 뜻을 맞추어가는 우리가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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