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조 율법의 성취
우리는 율법의 의식들과 상징들이 그리스도의 오심으로 종결되었으며 모든 그림자들이 끝나게 되었으므로 그것들의 사용은 그리스도인들 가운데에서 폐지되어야 한다는 것을 믿습니다. 그러한 것들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되었으나, 그것들의 진리와 본질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여전히 우리를 위하여 남아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따라 그리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복음에 대한 우리의 확신을 더욱 굳건히 하고 우리의 생활을 순전하게 세워 나가기 위하여 율법과 선지자들의 증언들을 계속해서 사용합니다.
우리는 사람이 율법을 행함으로는 구원을 받을 수 없고, 그리스도를 믿을 때에만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렇다면 신자의 삶에서 구약의 율법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벨직 신앙고백 제25조는 율법의 용도와 필요에 관한 교훈을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하여 가르쳐 줍니다.
구약의 의식들과 상징들의 외적 실천은 폐지되었다
첫째, 율법의 여러 의식들과 상징들은 그림자로서, 그것들의 실체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되었기 때문에 그 외적인 실천이 폐지되었다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구약성경에는 할례, 제사, 절기, 음식 규례 등 여러 의식과 상징에 관한 규례들이 있습니다. 이 모든 규례와 의식은 장차 오실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그림자와 모형으로, 실체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모두 성취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구약의 제사와 제물은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제사에서 흘리신 피를 예표하고 가리킵니다. 짐승의 피는 그 자체로 우리의 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구약의 제사가 헛된 제사가 아닌 이유는, 구약의 성도들은 그 제사를 통해 장차 오실 메시아의 속죄 사역을 바라보고 믿음으로 죄 사함과 구원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우리를 위해 단번에 영원한 제사를 드렸기 때문에, 더이상 구약의 제사를 통해 그리스도께 나아갈 필요가 없습니다. 실체이신 그리스도께로 직접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구약 제사의 중단은 율법을 폐하는 것이 아닝라 율법을 완전하게 하는 것이요, 성취하는 것이요, 그 충만한 의미를 드러내는 것이 됩니다(마 5:17). 구약의 여러 의식들과 상징들의 외적 실천은 폐지되었지만, 우리는 그것의 성취와 완성을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하며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원을 얻습니다.
율법의 의식들과 상징들의 진리와 본질은 여전히 그리스도 안에서 남아있다
둘째, 율법의 여러 의식과 상징은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되었지만, 그 의식들과 상징들이 담고 있는 진리와 본질은 여전히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위하여 남아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다시 제사 제도를 예로 들면, 제사 제도 자체는 폐지되었지만 제사 제도에 담긴 진리와 본질, 그 의미와 핵심 메시지는 그리스도 안에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제사 제도의 진리와 본질은 죄의 전가와 대속의 원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죄를 지은 사람이 흠 없는 소나 양을 가지고 제사장에게로 와서 그 짐승에게 안수할 때에 그의 죄가 그 짐승에게 전가되고, 어린 양이 그를 대신하여 죽임을 당하고 피를 흘릴 때에 그의 죄가 하나님 앞에서 사함을 받게 되도록 하신 것이 제사 제도의 진리와 본질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십자가 제사를 믿고 의지하기 위해서 여전히 우리에게 이 진리가 필요합니다. 이 밖에도 신약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구약의 의식법(할례, 절기 음식 규례 등)과 시민법(재판을 위한 형벌, 배상에 대한 규례)을 문자적으로 지키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의식과 제도가 담고 있는 진리와 본질은 여전히 우리를 위하여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율법에서 그 진리와 본질을 잘 찾아서, 율법의 근본 취지와 본래의 의도는 존중하고 살려서 오늘 우리의 삶에 적용해 나가야 합니다. 이러한 규례의 진리와 본질은 결국 그리스도와 그리스도 안에 있는 구속을 가리키는 것이며, 또한 우리가 하나님을 어떻게 사랑하고 섬기며 우리의 이웃을 어떻게 내 몸과 같이 사랑해야 하는 것인지에 관한 것입니다.
율법과 선지자들의 증언은 복음을 더욱 확신하게 만든다
셋째,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따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복음에 대한 우리의 확신을 더욱 굳건히 하고 우리의 생활을 순전하게 세워나가기 위하여 율법과 선지자들의 증언을 계속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율법과 선지자들의 증언은 복음을 더욱 확신하게 합니다. 먼저 율법은 불신자들에게 그들의 죄를 드러내어 죄인인 것을 깨닫고 절망하게 하여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나아가게 하는 몽학선생의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율법의 역할은 신약 시대에도 여전히 필요합니다. 우리의 죄가 얼마나 심각하고 절망적인지 깨달을 때,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행하신 일을 복음으로 알고 확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율법은 신자들에게도 복음을 확신시킵니다. 신자는 구약의 약속된 모든 율법과 예언과 시편의 말씀을 통해 그리스도에 관한 약속을 볼 수 있습니다. 즉 구약은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행하신 일을 더욱 풍성하고 생생하게 가르쳐 주기에, 우리는 구약성경을 통해 복음을 더욱 바르고 깊이 이해하고 확신하게 됩니다. 이렇게 구약성경은 불신자에게는 불신자대로, 신자에게는 신자대로 복음을 확신시켜주는 일을 합니다.
율법과 선지자들의 증언은 신자의 생활을 질서 있고 순전하게 만들어준다
넷째, 율법과 선지자들의 증언은 우리의 생활을 질서 있고 순전하게 만들어줍니다. 이것을 우리는 율법의 교훈적(규범적) 용도라 부릅니다. 우리는 율법과 선지자들의 증언을 통해서 우리의 생활을 질서 있게 유지해 나가는 데 큰 도움을 얻습니다. 그러므로 신약의 성도들은 의식법이나 시민법을 문자적으로 지키지 않는다 할지라도 거기에 담긴 진리와 본질을 깨닫고 거기에서 삶의 중요한 원리들을 배워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율법에는 의식과 상징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원한 도덕법도 기록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복음이 있으니 율법은 필요 없다는 주장(율법폐기주의)은 율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의 그릇된 주장입니다. 하나님의 계명에 따라 살고자 하는 것은 율법주의가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이 율법에서 하나님의 기쁘신 뜻을 찾아서 그것을 삶에서 실천하고자 하는 것은 구원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구원 받은 성도로서 마땅히 맺어야 하는 성화와 선행의 열매를 맺고자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율법과 선지자들의 증언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에 바라시는 바가 무엇인지, 교회와 가정에서 이웃들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처신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배워야 하고, 우리를 구원하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그분만을 영화롭게 하기 위하여 계속해서 순종의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율법의 의식과 상징에 담겨져 있는 진리와 본질을 유심히 살펴서 하나님께서 이 말씀을 통해 무엇을 원하시는지를 찾아서 우리의 실제 삶에 적용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특별히 우리는 십계명을 포함한 율법의 내용들을 통해 하나님이 우리에게 명령하시는 바가 무엇인지, 하나님의 언약 백성된 우리가 마땅히 행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교훈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 개인과 가정과 교회와 사회에 어떻게 적용시켜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우리의 실제 삶에 반영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구약의 율법과 시편과 선지자들의 증언들 속에서 그리스도를 발견하고 그리스도를 높여야 합니다. 구약의 율법과 선지자들이 가르친 것은 단순한 윤리와 도덕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모든 증언은 그리스도를 발견하게 하고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원리를 나타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눅 24:44). 그러므로 하나님의 말씀에 나타난 그리스도와 그의 의에 기초해서 우리의 삶을 세워나가려고 하는 노력을 다하며 그리스도를 높이는 것이 율법과 복음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가진 그리스도인들이 가져야 할 태도입니다. 율법에 대한 균형 있는 이해를 가지고 우리의 삶에 그것을 잘 적용시키고 또 그리스도를 높일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 <벨직 신앙고백 해설> ‘벨직 신앙고백 제25조’(371-382)의 내용을 요약했습니다.
학습을 위한 질문
1. 오늘 우리가 율법의 여러 의식들과 상징들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2. 그렇다면 신약의 성도들에게 구약의 율법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입니까?
3. 율법과 선지자의 증언은 어떻게 복음을 더욱 확신하게 합니까?
(1) 불신자에게,
(2) 신자에게,
4. 율법과 선지자들, 곧 구약성경은 신자의 생활을 어떻게 질서있게 합니까? (율법의 교훈적, 규범적 용도의 의미)
나눔을 위한 질문
1. 율법과 복음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가진 그리스도인이 가져야 할 합당한 태도는, 하나님의 모든 말씀에 나타난 그리스도와 그의 의에 기초하여 우리의 삶을 세워나가려고 노력하며 그리스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우리는 율법에 대한 균형 있는 이해를 가지고 우리의 삶에 그것을 잘 적용시키며, 그리스도를 높이기를 소원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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