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조 교회의 정치
우리는 이 참된 교회가 우리 주님이 그의 말씀에서 가르치신 영적인 질서에 따라 다스려져야 함을 믿습니다. 교회에는 하나님의 말씀을 설교하고 성례를 집행하는 사역자들 또는 목사들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목사들과 함께 교회의 회의를 구성하는 장로들과 집사들이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참된 신앙이 보존되고, 참된 교리가 전파되며, 또한 악한 자들이 영적 방법으로 권징을 받고 억제되며, 또한 가난한 사람들과 모든 고난 받는 사람들이 그들의 필요에 따라 도움과 위로를 받습니다. 사도 바울이 디모데에게 전하여 준 기준에 따라 신실한 사람들이 선출된다면 이를 통해 교회 안의 모든 일이 품위 있고 질서 있게 행해질 것입니다.
정치(政治)란,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의미합니다. 좋은 정치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좋은 법이 있어야 하고, 그 법에 따라 잘 다스리는 위정자들이 있어야 합니다. 정치는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요? 그렇습니다. 정치가 없는 나라를 생각해 보십시오. 무정부 상태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혼란과 파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부패한 정치가 있는 나라라도 정부가 없는 나라보다는 낫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류 역사 속에는 다양한 정치 형태가 존재했지만, 정치가 없었던 때를 떠올리기는 어렵습니다. 이것은 나라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만든 모든 단체와 기관에도 동일하게 해당됩니다. 사람들이 어떤 목적을 위해 모였는데, 그곳에 법과 규칙이 없고, 법과 규칙을 따라 다스리는 사람들도 없다면, 그 모임은 혼란에 빠져 결국 폐하고 흩어지게 될 것입니다. 교회 역시 부족함이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에 잘 다스려지지 않으면 무질서하게 됩니다. 그래서 교회에도 정치가 필요합니다. 하나님은 무질서의 하나님이 아니라 질서의 하나님이십니다.
참된 교회는 말씀에서 가르치신 영적 질서에 따라 다스려져야 한다
우리가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교회 정치와 세상 정치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세상 정치에서는 기본적으로 국민들의 민의를 모아서 다수결로 법을 만들고 집행하지만, 교회 정치는 그렇지 않습니다. 세상의 모든 단체들은 회원들이 법과 규칙을 정하지만, 교회는 교인들이 교회의 법과 규칙을 정할 수 없습니다. 교회는 교인들의 의견에 따라 다스려지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교회는 누구의 뜻에 따라 다스려져야 할까요? 교회는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뜻에 따라 다스려져야 합니다. 교회의 주권은 그리스도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교회는 교인들의 교회도 아니고 장로들의 교회도 아니고 목사들의 교회도 아닙니다.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이시고 왕이시고 주인이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는 그리스도의 법을 따라 그리스도께서 다스리십니다.
사람들은 교회 정치를 일종의 민주주의 정치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장로들은 전체 교인의 대표자들로서 교인들의 뜻과 허용에 의해서 권위를 행사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목사와 장로는 교인들의 투표를 통해 세워진다는 점에서 교인들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목사와 장로가 교인들의 뜻을 대변해서 교회 안에서 대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도록 세워진 것은 아닙니다. 교회를 치리하는 이들(목사와 장로)은 교회를 다스리시는 그리스도의 종으로서 그리스도의 뜻에 순종하여 교회를 다스리기 위해 세워진 사람들입니다. 교회의 주권은 그리스도에게 있고 그리스도에게서 나옵니다. 그러므로 교회의 법과 질서는 교인들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주인이신 그리스도께서 정하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참된 교회가 우리 주님이 그의 말씀에서 가르치신 영적인 질서에 따라 다스려져야 함을 믿습니다.” 교회는 주님께서 그의 말씀에서 가르치신 영적인 질서에 따라 다스려져야 합니다. 그것이 좋은 교회 정치입니다.
교회 정치를 위해서는 직분자들이 필요하다
교회가 영적 질서에 따라 다스려지기 위해서는 직분자들이 필요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교회의 직분자들을 통하여 그의 교회를 다스리십니다. 그리하여 성령님께서는 직분자들을 부르시고 세우시며, 직분자들에게 그 직임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은사를 주십니다. 성령님께서는 직분자들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진리가 보존되게 하시며, 바른 교리가 전파되게 하십니다. 이 일을 위하여 목사를 세우셔서 목사의 설교와 가르치는 사역을 통해서 진리가 보존되게 하십니다. 또한 주님께서는 목사와 함께 장로를 세우셔서 교회의 회의를 구성하게 하시며 교회의 질서가 유지되게 하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특별히 목사와 장로들에게 교회의 치리권을 위임하여 주셔서, 양들을 돌아보며 목양하게 하시고, 교회 안에서 누룩과도 같은 악한 사상이 일어나거나 어떤 악한 자들의 악행이 교회의 순결과 하나됨과 질서를 깨뜨리지 못하도록 그들을 치리하고 판단하고 권징하고 제어하는 일을 하게 하십니다. 또한 그리스도께서는 집사들을 세우셔서 교회 안에 가난한 사람들과 모든 고난 받는 사람들이 그들의 필요에 따라 도움과 위로를 받을 수 있게 하셨습니다.
교회의 직분자들은 권세를 부리고 군림하기 위하여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종으로서 섬기고 봉사하기 위하여 있는 자들입니다. 직분자들은 그리스도의 다스리심이 지역 교회에 잘 임할 수 있도록, 그리하여 그 교회에서 영적 질서가 잘 세워질 수 있도록 그리스도의 종으로 부름 받은 자들입니다. 그러므로 교회의 직분자들이 교회를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교회의 질서(법)가 무엇인지를 먼저 잘 알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직분자들은 자기의 생각대로가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명령하신 말씀대로 양을 치고 다스리는 일을 하도록 부름 받은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방식, 곧 직분자들을 통한 다스림과 봉사를 통해서 “참된 신앙이 보존되고, 참된 교리가 전파되며, 또한 악한 자들이 영적 방법으로 권징을 받고 억제되며, 또한 가난한 사람들과 모든 고난 받는 사람들이 그들의 필요에 따라 도움과 위로를 받습니다.”
교회 안의 모든 일은 품위 있고 질서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성경적 기준에 따라 신실한 사람들이 선출되면 교회 안의 모든 일은 품위 있고 질서 있게 행해질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디모데와 디도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감독과 집사의 직분을 맡을 수 있는 자들의 기준에 대해서 매우 구체적으로 교훈해 주었습니다(딤전 3:1-13; 딛 1:5-9). 그만큼 직분자를 바로 세우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들은 결국 사람이 하고 직분자들이 합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신실한 사람들을 직분자로 세워야 합니다. 직분자들 잘못 세우면 그 교회는 큰 혼란을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성경적 기준에 따라 신실한 사람들이 선출되면 교회 안의 모든 일은 품위 있고 질서 있게 행해질 것입니다.
우리는 교회가 잘 다스려지기를 위해서 기도해야 합니다. 교회가 잘 다스려지고 교회의 질서가 잘 유지될 때에 참 교회의 표지도 잘 유지될 수 있고, 그 속에서 성도들이 참 그리스도인의 표지를 더욱 분명히 하면서 잘 양육될 수 있습니다. 우리 교회도 머리 되시고 왕 되신 그리스도의 은혜의 통치를 잘 받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교회의 정치를 민주주의로 알고 교회에서 교인들의 뜻만 맞으면 아무 것이나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참 교회라면, 우리는 그리스도의 뜻에 맞도록 모든 일을 해야 합니다. 교회의 모든 회원들은 교회를 향하신 그리스도의 뜻을 바로 알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교회의 직분자들이 교회의 법과 질서에 대해서 잘 알고 교회의 치리에 수종들 때에 교회는 든든히 설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교회를 다스리실 때에 직분자들을 통해서 다스리신다고 하셨으니, 우리 가운데 신실한 직분자들이 계속 세워져서, 우리 교회를 통해서 진리가 보존되고, 바른 교리가 계속 전파되며, 권징이 잘 시행되고, 가난하고 곤고한 성도들이 도움과 위로를 받는 일이 계속 이루어질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우리 교회와 이 땅의 모든 교회들 가운데 신실한 직분자들을 계속 세워주셔서 교회 안의 모든 일들이 품위 있고 질서 있게 이루어지기를 소원합니다.
* <벨직 신앙고백 해설> ‘벨직 신앙고백 제30조’(435-446)의 내용을 요약했습니다.
학습을 위한 질문
1. 세상 정치와 교회 정치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2. “교회의 직분자들은 ( )를 부리고 ( )하기 위하여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 )으로서 섬기고 ( )하기 위하여 있는 자들입니다.” 빈 칸에 들어갈 말은 무엇일까요?
3. 벨직 신앙고백 제30조는 어떻게 하면 교회 안의 모든 일이 품위 있고 질서 있게 행해질 수 있다고 가르쳐 줍니까?
나눔을 위한 질문
1. 교회의 정치가 민주주의 정치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장로들은 교인들의 대표로서 교인들의 생각과 뜻을 반영하여 교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교회의 정치와 직분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올바른 이해일까요? 만약 교회가 이런 방식으로 다스려진다면 어떤 문제가 일어날 수 있을까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