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6)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마 6:11)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를 통해서 우리는 하늘에 속한 자로서 간구할 뿐만 아니라 이 땅에서의 삶의 사정을 하나님께 아뢰며 간구합니다. 우리는 굶주리고, 죄를 짓고 온갖 악과 시험에 시달립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이름과 나라와 뜻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계시며 우리를 돕고자 하십니다. 오늘부터 우리 자신을 위한 세 가지 간구를 살펴보겠습니다.
“양식”을 주옵시고
이 간구에서 ‘양식’은 우리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의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하나님께 구하라고 말씀하신 것이지요. 이 땅을 살아갈 때 우리의 생계를 위해 필요한 것,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 안정을 위해 필요한 것,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것 등을 하나님께 구할 수 있고, 구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 땅에서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고 싶어 하는 것은 죄가 아니고, 그러한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을 구하는 것도 잘못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을 하나님께 구하십시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기도에 어떻게 응답하실까요? 우리가 양식을 구할 때, 하나님께서는 하늘에서 양식을 떨어뜨려주시는 방식으로 응답하지 않으십니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과 같이 우리를 양육해 주시는 보호자를 통해 공급해 주시고, 성인이 되면 우리에게 일과 직업을 주셔서 그렇게 얻은 수입으로 우리의 필요를 채워주십니다. 그렇다면 이 간구는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은사와 사명을 깨닫게 해주시고, 직업을 주시고, 그 일을 잘 할수 있는 지혜와 능력을 주시길 기도하라는 간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간구는 게으르게 살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들에게 부끄러움을 주는 기도가 되고, 마음과 힘을 다해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위로를 줍니다. 그렇게 더욱 힘써 주님께서 우리의 삶을 인도하시며 공급해 주시고 보호해 주실 것을 의지하며 힘껏 살아갈 수 있는 마음과 힘을 얻게 하십니다.
이처럼 양식을 구하는 기도는 우리의 삶 전반에 걸쳐 필요한 모든 것을 구하는 기도입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우리 삶의 모든 것을 돌보시고 책임져 주신다는 사실을 신뢰하며, 하나님만을 의지한다는 고백이기도 합니다.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흥미로운 사실은 주님께서 ‘일용할 양식’, 곧 하루에 필요한 만큼의 양식을 구하라고 하신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평생에 부족함이 없도록 필요한 것을 한꺼번에 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로또에 당첨되길 바라고, 건물주가 되고 싶어 합니다. 돈 걱정만 해결되면 내 삶이 훨씬 자유롭고 행복해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주님께서는 평생 걱정없이 살 만큼의 양식을 구하라고 말씀하시지 않고, 하루에 필요한 만큼만 구하라고 하실까요?
먼저 우리에게 평생 먹고 살 만큼의 재산이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러면 우리는 사는데 충분한 재산이 있으니 기도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문제 없을 것이라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기술이 발달하고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더이상 하나님의 도움 없이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잘 기도하지 않는 것 아닐까요? 하나님이 주시지 않아도 먹을 것이 있고, 하나님이 도와주시지 않아도 내가 먹을 것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하나님께 양식을 구할 이유도 없을 것입니다. 식사 전에 하나님께 감사기도할 이유도 없고, 하더라도 형식적으로 하게 되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간구는 하나님 없이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교만을 폭로하며, 우리에게는 매일 하나님의 공급하시고 돌보시는 손길이 필요함을 인정하고 고백하게 합니다.
이번에는 우리에게 평생 먹고 살 만큼의 재산이 없다고 생각해 봅시다. 당장 내일 먹을 양식이 없다면 우리는 몹시 불안할 것입니다. 이런 불안함 뒤에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을 매일 돌봐 주시지는 않을 것 같다는 두려움과 불신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오늘 필요한 만큼의 양식을 구한다는 것은 하나께서 오늘 우리를 돌보실 뿐만 아니라 내일도 돌보시고, 그렇게 평생을 돌보신다는 신뢰를 가지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미래를 향한 염려와 두려움 모두를 주님께 맡기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간구는 물질에 희망을 걸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위험한 기도입니다.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이 간구의 가장 놀라운 점은, 주님께서 나에게 필요한 양식만이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구하라고 말씀하셨다는 사실입니다. 즉 나는 부족함이 없더라도 만약 우리 교회와 이웃 중에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이 간구로 기도해야 합니다. 내가 필요한 것만을 구하고, 그것이 채워짐으로 만족한다면, 우리는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대로 기도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 목사님께서는 이 간구를 “이기주의의 죽음을 요구하는 기도”라고 말했습니다. ‘나’의 만족에서 ‘우리의’ 만족으로 나아가는 것이 신앙의 성숙입니다. 그렇게 우리의 신앙이 자랄 수록 우리는 나를 위해서 기도할 뿐만 아니라 우리를 위해, 곧 중고등부를 위해, 양의문교회를 위해, 우리나라와 전세계에 퍼져 있는 보편교회를 위해, 그리고 복음이 필요한 모든 이웃들을 위해 기도하게 됩니다.
또한 앞서 양식을 구할 때 양식을 주시는 방법을 위해서도 기도한 것처럼, 우리가 도움이 필요한 다른 이들을 위해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나에게 필요한 것 이상의 양식과 물질을 허락하셨다면, 이것은 나만을 위해 사용하라고 주신 것이 아니라, 오늘 이 양식과 물질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도록 내게 주신 것이라 생각하며, 어려운 형제와 이웃에게 양식을 공급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도구가 되어 섬기라는 뜻을 기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죄가 아니지만, 거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내게는 먹을 양식이 충분하고, 나는 여행도 가고, 문화 생활도 누리며, 안정적인 삶을 사는데, 우리의 형제와 이웃 중에는 그렇게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는 하나님께서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시도록 기도할 뿐만 아니라 내가 하나님의 응답의 통로, 도구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기꺼이 순종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기도를 할 때 우리는 이웃을 위해 기도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은 이웃을 사랑하는 삶으로 형성되어갈 것입니다. 그렇게 하나님께서는 이 간구를 통해 우리의 필요를 채워주실 뿐만 아니라 우리를 변화시키십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라는 기도는 하나님께 매일 매순간 우리를 생각하시고 우리를 돌보아 주시길 간구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에게보다 하나님께 더 큰 것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평생 살수 있는 돈을 주시고, ‘이제 네가 알아서 살아라’라고 하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날마다 우리를 생각하시고, 챙겨주시고, 돌봐주실 것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간구를 통해 하나님의 능력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자신을 구하게 되기 때문에, 이 간구는 가장 위대한 기도가 됩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라는 간구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이 간구를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행하시는 위대한 일들은 무엇인지 이야기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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