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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Lee Juman

칼뱅의 유언과 고별사

최종 수정일: 2022년 11월 26일



칼뱅의 유언과 고별사


1564년 4월 25일 화요일, 칼뱅은 간략하지만 자신의 삶의 궤적과 일치하는 고백이 담긴 유언을 남겼습니다. 질병으로 몹시 쇠약했던 칼뱅은 시행정서기에게 요청하여 집으로 와서 자신의 유언을 기록하여 공증해주기를 부탁했습니다. 이에 따라 시행정서기 슈날라는 칼뱅의 유언을 그가 불러준 대로 가감하지 않고 기록하였습니다.


칼뱅의 유언

칼뱅의 유언은 간략합니다. 유산 분배에 대한 내용을 빼면 더욱 짧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의 가치는 결코 적지 않습니다. 칼뱅의 삶과 신학을 선명하고 분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칼뱅은 하나님께서 어둠 속에 있던 자신을 복음의 진리의 빛으로 불러내셨음을 분명하게 증언하며, 오직 하나님의 은혜과 그리스도의 구속의 공로만을 의지하였고, 주님께서 맡겨주신 분량에 따라 충실하게 목회와 설교 사역을 감당하고자 힘썼음을 밝힙니다. 유언의 일부를 인용합니다(스페이커르, 12-14).


무엇보다도 먼저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셔서 우상 숭배의 심연에 갇혀 있던 나를 건져 내어 복음의 빛으로 인도하시고 구원의 교리에 참여하도록 해주셨습니다. 나는 그러한 은혜를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분에 넘치도록 긍휼을 베풀어 주셔서 내가 연약할 때에나 실패할 때에도 언제나 참아 주셨습니다. 그러한 약함이 있고 잘못을 범한 나는 수백 번이라도 버림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은혜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더 큰 것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셔서 주님의 복음 진리를 전하고 선포하시려고 나와 나의 사역까지도 사용하셨습니다. 따라서 나는 이 믿음으로 살고 죽기를 원한다고 분명히 말합니다. 하나님께서 은혜로 나를 양자로 삼으신 이 사실 외에 다른 것을 소망하거나 신뢰하지 않는다고 나는 단언합니다. 그것만이 나의 구원의 유일한 근거입니다. 나는 하나님께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나에게 보여주신 은혜를 받아들이고, 나의 모든 죄를 씻어 없애는 그분의 고난과 죽음을 의지합니다. 내가 또한 주님께 간청하는 한 가지는, 불쌍한 죄인들 모두를 위하여서 흘리신 우리의 위대한 구주의 보혈로 나를 씻겨 주시고 정결하게 해주셔서, 그분 앞에서 내가 그분의 형상을 닮은 사람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내가 또한 분명히 밝히는 것이 있습니다. 주께서 나에게 주신 은혜를 따라서 나는 강설에서나 글에서나 하나님의 말씀을 혼잡하게 하지 않고 선포하려고 노력하였으며 성경을 진실하게 해석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또한 진리의 대적들과 논쟁을 해야 할 때에도 언제나 어떤 책략이나 교묘한 논증을 사용하지 않았고, 주님께서 하신 일을 변호하는 일에서 항상 정직하게 나아갔습니다. 그렇지만 통탄스럽게도 나의 뜻과 열심은, 만일 말로 표현한다면, 너무 냉랭하고 소심한 것이어서 어느 곳에서나 어떤 일에서나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주님의 무한하신 자비가 아니었다면 나의 열심과 노력도 모두 연기에 지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주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의 선물들은 나로 하여금 더 큰 죄책감을 느끼게 합니다. 따라서 하나님께서 자비의 아버지이시고 나와 같이 이렇게 비참한 죄인에게도 자비의 아버지로 나타내신다는 사실이 내게는 유일한 피난처입니다.

이어서 칼뱅은 일반적인 장례 규정에 따라 매장해달라고 하였고, 유산 분배에 관하여 언급하며 유언을 마칩니다. 다음 날, 즉 1564년 4월 26일 수요일, 칼뱅은 유언을 작성한 시행정서기 슈날라와 테오도르 베자를 비롯한 목회자들을 불러 다시 한 번 유언을 읽게 하고 이것이 자신의 마지막 의사 표현이고, 이대로 되기를 바란다고 밝히며 서명을 요청하였습니다.


시의회원들에게 전하는 고별사

1564년 4월 27일 목요일, 회의에서 시의회원들은 칼뱅의 죽음이 가까웠고, 그가 시의회 앞에서 발언하고 싶어한다는 말을 전해 듣습니다. 그리고 기꺼이 그의 집으로 가서 그에게 선한 마음과 우정을 전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날 칼뱅의 집으로 간 시의회원들에게 칼뱅이 전한 말이 고별사로 기록되어 남아 있는데요, 그 내용을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칼뱅은 시의회가 방문해준 것에 감사하고, 그동안 시의회의 협력과 지원에 감사하였습니다. 이어 자신의 엄격한 치리로 인해 많은 다툼과 불만이 있음을 알고 있다며, 자신의 부족함에 대해서는 일의 결과보다 의도를 고려해 달라며, 마땅히 해야 할 일에 대해 다 완수하지 못한 것과 때때로 격정에 휩싸여 있었 던 것에 대해 용서를 구했습니다. 그리고 시의회의 지지에 감사를 표하며 칼뱅도 자신에게 위임된 말씀 사역을 순수하게 감당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을 밝혔습니다.


이어서 칼뱅은 권면의 말을 남겼습니다. 그것은 항상 자신들의 상태를 점검하라는 것이었는데요, 우리가 안전하다고 생각될 때나 위협을 당할 때나 언제든지 하나님께서는 영광을 받으시기를 원하시고, 그 모든 상황에서 하나님만을 의지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드리기를 원하신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만일 우리 주님이 우리에게 번영을 주신다면 우리는 즐거워한다. 하지만 우리가 사방에서 공격당하고, 주변에 백 가지 악이 있는 것 같다면, 우리는 그래도 그를 확신해야 한다. 그리고 무슨 일이 생길 때면 언제나 하나님이 우리를 겸손하게 하여 그의 날개 아래 감추기 위해서 우리를 각성시키기 원하신다는 것을 알자.”


끝으로 칼뱅은 각 사람에게는 저마다 단점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단점을 살피고, 그 단점과 싸워야 한다고 권면합니다. 더나아가 “서로 낙담시키지 말고 서로 방해하지 말며 서로 악취를 풍기지 말아야 한다”고 권면합니다. 소송에 관해서는 권고를 넘어서는 편애나 증오는 거부되어야 하며, 자아를 부인하고 공평과 정직을 붙들어야 한다고, 누군가 빗나가려는 유혹을 받을 경우 대항해야 하며 우리를 세우신 이를 바라보고 그에게 성령으로 우리를 이끄시기를 기도하면서 꿋꿋해야 한다고 권면하며, 그러면 우리에게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칼뱅은 자신의 작은 수고에 만족하며 선하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인도하시고 언제나 다스리시며 우리를 향한 은혜를 더하시고 그 은혜를 우리의 구원과 모든 불쌍한 백성에게 행하시기를 기도하며 고별사를 마쳤습니다.


목회자들에게 주는 고별사

1564년 4월 28일 금요일, 칼뱅이 제네바 목회자들에게 남긴 고별사는 그 자리에 있었던 한 인물의 기억에 의존하여 남아 있습니다. 비록 칼뱅의 육신은 몹시 쇠약하지만, 그의 의식은 또렷했습니다. 죽음이 가까움을 느끼며 칼뱅이 제네바 교회 목사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요?


칼뱅은 자신이 처음 왔을 때 제네바는 아무 것도 없는 것과 같았다고 회상합니다. 설교가 시행되긴 했지만 그뿐이었고 사람들의 삶에 우상은 여전했고, 어떤 개혁도 없었습니다. 그런 제네바에서 칼뱅은 ‘놀라운 대립’ 가운데 살았다고 말합니다. 제네바에서 첫 사역도 그러했고, 쫓겨났다가 다시 돌아온 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칼뱅을 조롱했고, 괴롭혔습니다. 싸우고 다투는 일은 얼마나 많았는지, 칼뱅은 자주 싸움판에 끼어들어 말리고 중재해야 했습니다. 칼뱅이 목회자들에게 이런 말을 했던 까닭은 그들도 제네바에서 목회를 한다면 이와 같은 일들을 감당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용기를 가지시고 강해지십시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이 교회를 유지하시고 사용하실 것이기 때문이며, 영러분도 하나님이 이 교회를 지키실 것을 확신합니다.”


이어서 칼뱅은 자신의 단점과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합니다. 자신의 선한 의도를 고려해 주길 부탁하며, 자신의 악은 용서하고, 혹 선한 것이 있다면 본받고 따라달라고 하였습니다. 칼뱅은 가르치는 사역을 충실하게 감당하려고 애썼고, 성경의 한 구절도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서 미묘한 사항을 끌어가기 보다는 단순성에 전념하였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저런 해석으로 혼란을 주거나 호기심에 따라 불확실한 해석으로 나아가지 않고 성경의 뜻을 분명하고 단순하게 가르쳤다는 것입니다. 칼뱅은 제네바의 설교자들도 동일한 중심을 갖기를 원했던 것 같습니다.


제네바 목사회에서는 칼뱅의 후임으로 베자를 선출하였습니다. 칼뱅은 베자의 임무와 짐이 막중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그의 짐을 덜어주고 협력해 줄 것을 부탁합니다. 칼뱅은 목회자들에게 서로 상처되는 말들이 있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권면합니다. 그것은 가치 없을 뿐만 아니라 신앙적이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것을 경계하고 선한 일치와 온전한 우애 속에서 솔직하게 살아야 합니다.”


끝으로 칼뱅은 목회자들에게 제네바 교회의 신학과 질서, 전통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부탁합니다. “나는 또한 여러분이 아무것도 바꾸지 말고 혁신하지도 마시기를 바랍니다. 종종 새로운 것이 요구되지만 말입니다. 이것은 내가 무슨 야심에 차서 내가 해놓은 것이 남아 있기를 바라기 때문도 아니며 더 좋은 것을 원하지 않은 채 그것을 유지하게 하기 위함도 아니라, 모든 변화가 위험하고 때로 해롭기 때문입니다.” 칼뱅은 자신이 제네바에 돌아왔을 때 신앙교육과 권징을 보장해 줄 것을 조건으로 제시하였음을 말하며, 이후 교회의 예배와 질서, 권징에 대한 법령을 제정할 때 모든 것을 성경에서 끌어왔다고 말합니다. 칼뱅의 요청은 제네바 교회가 계속해서 하나님의 말씀에 충실한 교회로 유지되게 해달라는 부탁인 것입니다.


칼뱅의 유언과 고별사에서 우리는 칼뱅의 중심이 어디 있는지 보게 됩니다. 칼뱅은 선하신 하나님의 은혜와 그리스도의 공로만을 의지하였습니다. 그의 중심에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이 있었고, 하나님의 영광만이 높여지기를 바랐습니다. 또한 칼뱅의 중심에는 언제나 교회가 있었습니다. 잘못된 교리와 전통으로 인해 아무 것도 없었던 교회가 하나님의 은혜로 이제 성경에 충실한 교회로 개혁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칼뱅은 이러한 교회가 계속해서 유지되고 보존되길 소망하였고, 이 일을 위해 남은 이들에게 먼저 자신을 살피고, 상호 간에 애정과 신뢰를 갖고 협력할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오늘 여기에서 주님의 교회를 섬기고 세워나갈 때, 우리가 마땅히 생각하고 지키고 힘써야 할 것이 무엇인지 칼뱅이 남긴 신앙의 유산들을 통해 교훈받을 수 있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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